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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23시까지 영업? ‘불편한 오버랩’

 

전지현 기자 | cjh@newsprime.co.kr | 2011.12.30 10:15:39

[프라임경제] 과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로 대중교통 이용이 녹록치 않았던 시골지역 소비자에겐 이 셔틀버스가 마을버스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지역 상인과 운송업자들의 표를 의식한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이 법안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셔틀버스가 동네손님들을 셔틀버스로 싹쓸이 하는 바람에 재래시장 및 동네상인들이 죽어간다는 목소리 때문에 재정됐었다.

하지만 법안 통화 후 현실은 사뭇 달랐다. 셔틀버스를 타던 고객들은 자동차를 직접 몰고 나와 일주일내지 보름치 생필품을 한꺼번에 사버리기 시작했다. 1인 차량 운행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일으키며 교통대란에도 한몫했지만, 동네슈퍼나 재래시장의 매출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수만명의 셔틀버스 운전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골칫거리만 늘었다.

지난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경위에서 통과된 유통법 개정안은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매월 1일 이상 지정토록 하는 것이었다.

현재 상당수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월중 휴무일이 없고, 오후 11시 이후에도 영업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총 249개 점포 중 자정까지 영업하는 점포는 105개, 오전 2시까지 문을 여는 점포는 44개이며, 24시간 가동되는 곳도 32개에 달한다. 24시간 운영되는 대형 마트 점포는 홈플러스는 70개, 이마트는 10개 점포이고 24시간 연속 가동은 아니지만 11시 이후 영업하는 점포도 이마트는 97개, 롯데마트는 59개, 홈플러스는 35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계열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그들의 문제라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근무시간이 축소로 인해 시간제 직원 등 생계형 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는 이로 인한 고용감소에 대해 연간 정규직 203명, 파트타이머·아르바이트 1088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아이들 교육비 벌기 위해 가정주부들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지원한다. 그들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추가 주말 근무를 요청하곤 한다”며 “하지만 이번 유통법 통과로 이들에 대한 상당수 인력 감축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몇해 전부터 대형마트 및 SSM 등 재벌상권과 동네상권의 갈등이 커지면서 재벌 기업들이 영세 상인들의 천적인 것인 냥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주변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과 동네상권은 미묘하게 분리 돼 있다. 3년 전 고향 지역 단지 근처,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대기업 유통사 계열의 슈퍼가 들어섰다.

당시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한 동네가게는 곧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모두 예상했다. 하지만 한달여 전 방문한 동네가게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동네 주민인 최영희씨는 “야채나 신선식품 등은 대형마트보다 구멍가게가 더 싱싱해 동네슈퍼를 이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동네주민들은 담배나 음료수, 두부 몇 개를 사기 위해 건널목을 3개나 건너는 고생을 하고자 하지 않았다.

현재 대형마트와 맞서기 위해 정부가 수백억원을 투입한 재래시장 살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외침에 귀 기울여 규제를 만든다. 그러나 빈번한 정부 정책의 실패는 국민의 불신을 낳는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고려한 정책 입안자들의 속내도 이해하지만 실제 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먼저 유통법의 본질을 좀 더 냉철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약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효과 없는 결과를 초래한 전례를 또 다시 만들고자 안달 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서민들의 천적이 된 대기업을 억제하는 규제가 단순히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선구자의 모습이 아님을 상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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