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살구잼(325g), 블루베리잼(200g), 건조크랜베리(127g), 아몬드바나나(113g), 크레놀라(453g) 각 1개씩 든 ‘헬시 모닝 스타덜 바스켓(Healthy Morning Starter Basket)’ 한개 가격이 무려 18만2800원.
신세계백화점이 22일 국내 최초로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식품점 ‘딘댄델루카(Dean&Deluca)’를 오픈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하는 이 매장 브랜드는 뉴욕 소호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앤더시티(The Sex and the City)’ 등의 배경으로 등장할 정도로 뉴욕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식품 전문점이다. 지난 1977년 출발한 이 브랜드는 미국 외, 일본, 대만, 쿠웨이트, 두바이, 태국 등에 이어 한국을 공식 진출국으로 선택했다.
매장 마지막 공간으로 꾸며진 ‘에스프레소바’는 브런치 카페를 연상시킨다. 커피 한잔과 개당 약 만원씩 하는 머핀, 신선한 샌드위치, 고소한 크로와상 등을 먹으며 영자 신문을 손에 들면 영락없이 ‘뉴욕커’가 될 성싶다.
‘사라베스 웨스트 브런치 카페’, ‘마놀로 블라닉 구두’, ‘한손에 든 스타벅스 커피’
미국 HBO 방송에서 방영한 드라마 ‘섹스앤더시티’가 남긴 흔적이다. 이 드라마는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환상적인 ‘뉴욕커’ 이미지를 국내외에 선사했다. 1990년대 후반 대도시에 사는 30~40대 전문직 여성 주인공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에는 바쁜 뉴욕의 일상 속에서도 주말마다 레스토랑에서 만나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즐긴다. 갓 구워낸 소시지와 와플, 계란후라이 등을 먹으며 성병, 안전한 섹스, 다양한 파트너들, 난교 등과 같은 고민에 대해 거리낌 없이 수다 보따리를 푼다.
영화가 주는 문화적 파급력을 대단했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자, 현대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문화 아이콘이 ‘뉴욕커’란 등식이 유행처럼 번졌다. 극중 ‘구두 수집광’인 캐리가 애지중지하는 브랜드 구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 강남과 홍대 입구, 삼청동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긴 브런치 전문 레스토랑에선 아침과 점심 사이에 ‘느긋하게 식사 즐기기’가 주말 문화가 됐다. ‘빨대 꽂힌 스타벅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걸어가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오늘날 우리에게 현대 문화를 상징하는 중대한 기준점이 ‘뉴욕커’가 돼 버린 것이다. 한때 아디다스, 나이키 등이 ‘문화제국주의’라며 불매운동 했던 것은 멀고 먼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을 통해 표현된 뉴욕 삶을 누가 더 많이 쫓고 있는가에 혈안이다.
그러나 실제 이 드라마, 영화가 방영됐던 시기의 미국을 되돌아 보자.
1998년 미국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나라명성에 타격을 입었다. 경제학자들은 약 7년간 이어온 미국의 호황이 끝자락에 섰다고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뉴욕과 런던 등의 금융도시를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의 침체가능성, 이머징마켓의 붕괴 등 흉흉한 시나리오들이 나돌기 시작했고 결국 나스닥 시장이 폭락과 함께 닷컴 버블이 붕괴된다.
2001년 발생한 9·11 사태는 일상화된 검문과 감시로 시민들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호황 뒤 찾아온 미국은 불황과 빈곤, 실업, 범죄 등 사회의 불안정성과 치열하게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사이 얼어붙은 경기를 풀고자 앨런 그린스펀은 저금리 정책을 들고 나온다.
하지만 저금리와 함께 불붙은 부시 행정부의 온정어린 소수인종 포용 정책(서브프라임 담보대출)은 갚은 여력도 없으면서 너도나도 대출 받게 만든다. 이어 이를 기초 한 파생상품들의 탄생은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결국 영화 ‘섹스 앤더 시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봤던 화려한 뉴욕을 대변하는 비싼 샴푸 파는 화장품 가게, 고급 와인바, 최신 트렌드의 부티크는 불황으로 닫힌 뉴요커들의 지갑으로 텅 비고 황량해진 거리의 일부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뉴욕을 ‘최고의 교과서’로 여기고 있다.
한국 여행객들이 뉴욕에 방문하면 약 4시간동안의 코스로 구성된 ‘섹스앤더시티 관광’에 참가하는데 머뭇거림이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집과 사무실, 커피숍 등을 돌며 자신이 꿈꿔 온 삶을 체험하는 데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한 신문은 인터뷰를 통해 뉴욕에서는 섹스앤더시티 관광 외에도 시트콤 ‘프렌즈’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스파이더맨’ ‘수퍼맨’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막대한 관광 수입으로 연결돼 연간 27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이 무조건 ‘뉴욕커’ 문화 아이콘에 편승한다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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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신세계백화점 딘앤델루카 매장에서는 3대째 이어오는 경남 김해의 장인가에서 직접 만든 ‘꿀’을 진열하고 있다. 이어 점차 간장, 녹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군으로 확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문화의 아이콘 ‘뉴욕’이 사실상 영상을 통해 미국 스스로를 ‘새 희망의 나라’로 탈바꿈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아는 사람들에게 국내 최고 유통기업까지 나서 ‘뉴욕커’를 쫓는 모습이 씁쓸하게 여겨질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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