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 최대 항공기인 A380기 도입을 목전에 둔 대한항공이 과잉 홍보로 망신살을 뻗쳤다. 다름 아닌 기내면세점 프로젝트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A380기에 세계 최초로 기내면세점을 설치한다고 홍보했고,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대한항공 조현아 전무는 지난 2월 해외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내면세점 계획을 자신만만하게 밝힌 바 있다.
이런 중에 대한항공의 기내면세점 계획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면세점을 관리하는 관세청이 기내에서 면세품을 팔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문제 제기 하면서 대한항공의 이 야심찬(?) 계획은 단박에 엉클어졌다.
대한항공은 어쩔 수 없이 ‘기내면세점’을 ‘기내면세품 전시공간’이라고 바꿔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내에 전시된 면세품을 구경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사업이 될 상황에 놓이고 만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품 구매 신청하기 전에 브로슈어가 아닌 전시진열대에서 실제 제품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굳이 ‘세계 최초’라고 이름 붙여야겠다면 할 수도 있겠다. ‘기내면세품 전시공간’은 여태껏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대기업에서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로열패밀리의 일이라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 A사의 한 홍보 임원은 최근 기자와의 사석에서 “오너 쪽에서 추진하는 일에 태클을 걸 수 있는 (조직 내) 사람은 많지 않다”며 “(조직원들은) 하자고 하면 되는 쪽으로 일을 만들어 가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내면세점 계획에 대한 조 전무의 애착은 매우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조 전무는 기내면세점 전략을 해외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밝힌 바 있다.(본지 2월15일 보도) 해외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 2월1일자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 전무는 이 매체 마틴무디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의 차세대 전략기 A380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 기종의 기내에 명품면세점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조 전무는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지만 6월초, A380 처녀비행을 예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면세점과 풀바를 갖게 될 것이고 우리는 각 공항에 면세점과 풀바를 위한 지정 승무원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기내 숍은 일반 카트 서비스를 보완하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기내에서 제공 가능한 범주 내에서 새로우면서도 기존의 독점적인 상품들로 선보여질 예정이었다.
조 전무는 “우리는 주류 및 화장품, 악세사리, 향수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들을 선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우리는 매우 훌륭한 숍 오프닝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인해 상당히 흥분됐다. 전반적인 디자인 과정은 5년 전에 끝났고 계획은 그전에 수립됐으며, 마침내 이에 대한 결실이 현실화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히면서 기내면세점 계획에 대한 그간의 준비 과정까지 소개했다.
왜 확인을 안 했던 것일까.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밀어 붙이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전무의 ‘무디리포트’ 인터뷰 이후,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 브로슈어 등을 통해 주문하면 상품을 그 자리에 받아 볼 수 있는데, 기내면세점에 들어 올 수 있는 상품도 제한이 있어 수익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기내면세점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조 전무의 야심작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는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기내면세점 등과 관련해 아직 조율할 것이 많은데 조 전무가 너무 성급하게 자신의 생각을 마치 결정된 사안인양 밝혀버리는 바람에 대한항공 입장이 곤란해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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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은 잘 발휘될 때 폭발적인 힘을 내지만, 자칫 방향이 틀리면 기업 전체를 어려움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이런 논리로 볼 때, 대기업 임직원들은 오너십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전문적 보필’을 잘 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오너십의 존재감은 가히 ‘결정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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