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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동방신기와 황영기의 공통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04 16:42:40
   
   
[프라임경제] 최근 인기연예그룹 동방신기가 소속사 SM과 분쟁을 겪고 있다. 이 분쟁보다는 세간의 주목도가 덜하지만 또 하나의 의미있는 분쟁이 진행 중이다. 금융계의 스타인 황영기 KB금융 회장(전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이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로 인한 징계' 건이 그것이다.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과도하게 리스크 관리 절차 체계를 무시하고 투자를 한 것이 은행에 손실을 입힌 행위냐는 논란 끝에 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로 가닥을 잡았다. SM과 동방신기는 수익 분배 등 여러 문제가 얽히고 설켜, 심한 경우 가족의 연을 끊을 위기에 처한 것 같다. 일부 팬들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등 확전일로다.

동방신기의 분쟁과 황 회장의 징계건은 둘 다 연예계와 금융계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나이들이 겪는 불미스러운 사태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눈길을 끈다. 더욱이 경력의 정점에서 이르른 시점에 안타깝게 닥친 일이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낳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모두 법무법인 세종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이야깃거리다. 동방신기 측 창과 방패 역할을 맡고 있는 로펌이 세종이고, 황 회장은 금감원 제재위에 세종 소속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내보내, 향후 재심이나 행정소송 등을 추진할 경우 세종에서 모종의 지원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황 회장 자신이 한때 삼성 퇴직 후 세종 고문으로 일한 인연도 있다).

무엇보다, 동방신기 분쟁과 황 회장 건은 여러 가지 쟁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케이스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동방신기 건은 우선 3명의 멤버가 모 화장품 사업 문제와 연관된 분쟁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외에도 13년간의 전속 계약이 과연 노예 계약이냐 아니냐의 또 다른, 어찌 보면 더더욱 중요한 문제가 같이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플롯이 여럿 있는 복잡한 소설을 보는 듯 한 기분마저 든다.   

황 회장의 사건도 그렇다. 파생상품에 대한 무리한 투자 결정이  과연 은행법 위반(근무하는 회사에 대한 손실 발생)이냐가 핵심 줄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도 문제지만, 경영진의 판단에 대해 사후에 책임 추궁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뿐 아니다. 금융 당국이 이전에도 충분히 문제 지적을 할 수 있었는데 왜 새삼 다시 보기에 나섰느냐는 논란을 들고 나오는 이도 있다. 당국의 책임까지 뒤집어 씌워서야 되느냐는 지적이다. 좀 더 다른 곁가지 이야기를 붙이는 이도 나온다. 황 회장이 일찍이 우리금융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성과급 문제 등으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운 '미운 털' 문제가 그것이다.

이렇게 동방신기 문제와 황 회장 사안은 여러 문제가 복합돼 있어 일단 사건의 핵심이 무엇이고 그 다음 쟁점이 무엇인지도 혼동될 지경이다. 마치 많은 이들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학력위조 사건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 교수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느냐 대신 '쩡아에게'라는 (시쳇말로 손발이 오글거리는) 핑크빛 편지 제목만 기억하는 것처럼, 이 동방신기 사건과 황영기 케이스 모두 너무 복잡해서 오히려 그저 그런 사건으로 넘어갈 가능성마저 없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황 회장과 동방신기 건은 여기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업계의 해묵은 숙제 혹은 의혹이 이들 사건으로 다시금 대중 앞에 소환됐다는 것이다.  

동방신기 건은 노예 계약이라는 오랜 연예계 병폐가 아직 있느냐는 논란에 재점화를 했고, 황 회장 건은 관치 금융 논란을 다시금 우리 앞에 가깝게 끌어당겼다.

대한민국에서 퍽 잘 나가는 인기 아이돌들과 금융계의 검투사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패미만만한 데다 MB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황 회장조차, 이러한 두 가지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바라기로는 이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조화롭게 잘 처리됐으면 한다. 일단 화장품 사업 문제와 전속 계약 문제가 충돌한다는 동방신기 문제가 잘 처리 되기를 바라고, 황 회장의 경우도 본인 스스로 승복할 만한 파생상품 투자 책임에 대한 판단이 내달 9일의 금융위원회 혹은 재심 또는 행정 소송 과정에서 잘 조정돼 확정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다만 이들의 논란이 새삼 부각시킨 오랜 과거의 문제들에 대한 논쟁은 이제 우리의 몫이며, 이번 사안들을 마지막으로 '노예계약'과 관치금융 류의 논란은 역사책 속으로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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