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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영한 한전산업개발 사장에게 묻는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11 18:19:04

[프라임경제] 낙하산, 혹은 낙하산 인사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배경을 통해 자리에 오르거나 승진하는 일을 말한다고 돼 있다.

능력이 안 되면서 높으신 분을 위해 어떤 일을 했거나, 아니면 인간적으로 어떤 인연이 있어 자리를 차지하는 데 대해 비꼬는 뜻이 다분하다.

정권이 교체되면 이 낙하산 인사라는 표현이 자주 회자된다. 각종 고관대작, 정부투자기관, 유관기관 등에 대한 하마평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같이 능력 검증 차원에서 말이 오가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도 이 낙하산 인사라는 표현이 회자됐다.

1년 내내 이명박 정부를 흠집냈던 이 낙하산 논란이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금년 3월 말경 한전산업개발에 친여 성향의 언론인이 발탁됐다 하여 다시금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에 새로 부임한 김영한 신임사장은 국민일보 정치부장 등을 거쳐 뉴데일리 등 보수 매체를 이끈 경력이 있다. 인생의 주요 부분을 언론에서 보내 사회가 돌아가는 사정이나 일반적 상식은 풍부할지 모르나, 한전산업개발 같은 거대기업 수장으로 가기엔 전문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비전문가가 경영인으로 내려간 경우가 이명박 정부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언론인 출신이 경제전선에서 화려한 실적을 보인 '해피엔딩'도 없지 않다.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은 포철 창설을 준비하기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사로 인해 대한중석에 사장으로 부임한 적이 있다. 박 전 회장은 육군 대령 출신이었으니까, 특별히 '전문성'을 이야기할 만한 인사는 못 되었다고 할 만 하다.

한국일보 창업주였던 고 장기영 부총리는 박 전 대통령에 의해 한국경제를 이끌 책임자로 경제기획원에 부임한 케이스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만년적자 기업'이던 대한중석을 단기간에 흑자로 돌려세웠고, 고 장 부총리는 새벽까지 잠을 설쳐가면서 부하들을 독려해 '박정희 경제 신화'에 일조했다. 그가 매점매석을 강하게 규제하는 등 관료로서 남긴 전설적 일화는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왕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남긴 한국일보 CEO 시절 일화 못지 않을 정도다.

따지고 보면 이 두 해피엔딩 낙하산은 낙하산이라기 보다는 극약처방에 가까웠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박 전 회장이 대한중석에 부임했을 때는 아직 산업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을 때였다. 경영전문인이라는 인재풀이랄 것도 마땅찮을 때다. 그런 사정에 당시 가장 근대화돼 있던 조직은 미군에게서 조직구성 노하우를 전수받은 군이 거의 유일했을 때다. 어차피 기업 경영 전문성이 없다면, 군조직에서 근대화라도 돼 있는 인사를 데려다 쓸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이런 극약 처방은 실제로 적자기업의 흑자 전환으로 매듭지어졌다.

고 장 전 부총리의 경우도, 한국일보 창업주이기 전에 그가 상업학교 출신으로 조선은행(한국은행의 전신)에서 오래 근무하는 등 기본배경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기용한 셈이다.

따라서 이들은 '위에서 내려 꽂는다'는 류의 낙하산이라면 일부 맞을 수 있겠지만, 능력이 안 되는 문외한을 말하는 낙하산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경우들이다. 김 사장의 낙하산 논란과도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사자로서는, 음으로 양으로 정권 교체에 도움을 준 보수언론인에 대한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비판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첫번째 요건의 낙하산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두번째로 그를 괴롭히는 경영인 적성 논란은 새겨 들을 부분이 많다. 지금은 경영, 사회, 문화 등 각계 어느 부문이나 찬란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인재풀을 충분히 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터에, 굳이 기자 경력이나 보수성향 언론매체를 경영해 온 이력 외에는, 한전 자회사 같은 큰 회사 경영인으로 나설 저간의 깜냥이 확실치 않은 김 사장 같은 분을 선임한 게 정당한가의 논란이 없을 수 없다.

정말로 '이명박'이라는 정치인이 맞고, 도울 생각도 있고, 정치적으로 혹은 각종 관변에 관심이 없지 않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언론인도 사람이기 때문이고 인생 이모작 시대 아닌가 한다. 하지만 문제는 또 남는다. 왜 그러면 김 사장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나 진성호 의원이나 김효재 의원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와 불확실한 대선 정국에서 캠프 구성원으로 '올인'해 뛰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대선 승리 후라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18대 총선 국면에서 김 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신청서를 낸 것과 이를 겹쳐서 보면, 그가 '위험감수형 인물형'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한다.

물론 박 전 회장이나 고 장 전 부총리처럼 밤새 일할 각오는 물론 있어서 그 자리로 영전했겠지만, 지금이 인재가 모자라는 박통 시대도 아닌 바에야 현재 차고도 넘치는 경영전문인들을 따돌릴 만큼의 전문성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건지, '폴리리스트(폴리틱스와 저널리스트의 합성어, 관련 개념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으나 학교에 여전히 적을 두는 폴리페서가 있다)'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노(老)기자의 이번 영전 결정이 여러 조화로운 사유 과정에서 나왔으리라 보지만, 기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자나 언론 종사자는 행여 자신과 코드가 맞는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거기에 거리를 두고 영원히 '외부인'으로 남는 게 맞다고 배웠다.

이런 비판들이 쏟아질 것을 분명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터인데, 기자 출신 언론사 대표라는 이력을 훌훌 던지고 경영인으로 간 게 행복한지 궁금하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와서 이런 말 해 무엇하랴마는, 영원히 '외부인'으로 남을 생각은 없었는지도 여쭙고 싶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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