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한국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로 추앙받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서울대 학생들의 족보 중심 공부 패턴에 대해 비판했다.
이 교수는 10일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올해 정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특강에서 "미국 명문대라도 영어로 강의하는 것만 다를 뿐 내용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서울대 출신의 세계적 학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와 서울대 학생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아직도 우리는 그것을 반성하지 않고 막장교육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심지어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서울대에 만연한 '족보' 문화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 교수는 "여러분도 곧 족보를 구하게 될 것이고 어느 선생님은 족보에 기초해 시험을 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생의 70% 가량은 그렇게 한다"고 현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렇게 공부하면 바보가 된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아마도 이런 식의 질타를 받아본 일이 없었거나 굉장히 드문 경험을 한 셈일 터이다. 우리 교육 체제에서 원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잘 적응해 대부분 가고 싶어하는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정수에 해당하는 이들이 바로 이 특강을 들은 예비 신입생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우리 교육 특성상 (내신제, 학력고사, 본고사 등이 사라지고 학생부, 수능, 논술 체제로 진행되는 게 현재 입시라 하나) 암기 능력이 강하면 고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얻은 이들이라 이러한 특강 내용이 당장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나, 고교 과정이란 창의성이나 논란이 있는 현재진행형 학문 논점보다는 이미 완성이 된 학문적 노작의 기본부분을 배우는 과정이 아닌가. 논술도 붕어빵식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게 일반적이라고까지 하니, 아마도, 사실상 처음 '달달 외우기'에 능한 이들이 그런 방법에 대한 정면 공격을 받은 셈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기실 이러한 노(老)교수의 지적이 대학을 이미 거친 이들이라면 거의 모두 수긍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데 있다.
더욱이, 이미 이러한 문제는 외국 대학에서는 상식처럼 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 IBM 본사 첫 한국인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고, 한국IBM의 기틀을 놓은 이주용 전 KCC정보통신 사장 같은 이는 이러한 외워서 답 쓰기가 이미 1950년대 유학 시절 외국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음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 사장은 유학 시절 회고담에서 과목 담당 교수의 책을 그야말로 통으로 외워서 냈다가 호되게 교수의 공박을 당한 경험을 말하고 있다. 아마 우리식의 생각으로는, 교수 책을 그야말로 그대로 외울 정도라면 좋은 학점이 당연할 것 같고, 또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유학생이 그 정도 하면 '노력점수'라도 줄 법 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장을 호출한 교수는 "20대인 자네가 왜 50대인 나와 문제를 보는 시각이 같나? 그저 외워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러려면 뭐하러 유학까지 왔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외국에서는 이미 우리 대한민국 건국 무렵, 혹은 그 이전부터 상식으로 알고 지키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아직도 관행으로 확립되지 못하고 겉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저 편하게 공부하기의 요령과 이전에 교수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르기만 하려는 태도는 이 교수가 지적한 대로, 한국 경제학계에서는 왜 세계적 인물이 안 나오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조금 비약이지만 한국의 그 많은 명문대 경제학 및 인접학문 전공자들이 장악한 학계와, 금융계가 '미네르바'라는 논객 하나의 예측 글들에 농락당한 상황도 이런 족보 외우기 방안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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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한탄해 마지 않은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회사를 못 갖는 건가?"라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창의적으로 공부한 이들이 창의적인 학술 노작도 만들 수 있고, 또 닌텐도처럼 작은 규모로 출발해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저력이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특강을 현장에서 들은 서울대생들은 물론, 지면이나 인터넷 뉴스 등으로나마 이 기사를 접한 대학 신입생들은 오래도록 이 교수의 말씀을 새겨둘 일이다.
임혜현 기자/ 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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