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로젠하임은 남부 독일에 위치한 풍광 좋은 고장이다. 뮌헨 남동쪽 인강(江)과 망팔강의 합류 지점에 자리잡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마을 이름은 치즈와 품질관리의 상징으로 익숙하다.
로젠하임은 남양유업이 90년대 중반에 출시한 치즈의 상표명이다. 당시 남양유업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미국산 치즈를 거명하면서(당시에는 비교광고가 허용되는 쪽으로 법이 명시적 허용을 하지 않았을 때인데) '합성보존료가 없는 치즈'로 이미지 마케팅을 했다.
독일풍 고급치즈, 합성보존료(흔히 말하는 방부제) 없는 치즈, 발색제를 넣지 않아 빛깔이 상대적으로 흰 치즈라는 공세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도 남양유업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 깐깐하고 고지식하게 공정을 관리하는 회사로 이미지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왔다.
치즈 광고도 인상적이었지만, "남양유업 사람들 지독혀~"라는 광고도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아직 20년 풍상을 지나서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무차입 경영으로 빚이 0인 경영으로 경영계에서도 화제를 모았지만, 특히 "문제가 있으면 우유를 안 받는다", "남양유업 사람들 지독하다"는 목장주들의 증언을 따 만든 광고로 경영장부는 물론 품질관리면에서도 믿음이 가는 회사로 일찍부터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의 남양유업 멜라민 분유 문제는 충격을 넘어서서 신뢰의 벽돌탑이 기저부터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도 지독하다던 남양유업 사람들은, 작년에 화제가 됐던 멜라민 우려 분유 처리에 있어서는 별반 지독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 회사 CEO는 "문제 우려가 있는 제품은 폐기하겠다"는 식의 명확한 선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식품업계가 문제 제품이 나오면 전량 수거, 조사 후 폐기라는 수순을 밟은 관행과도 배치되고, 더욱이 평소 남양유업이 가꿔온 이미지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 제품을 베트남으로까지 수출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점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처음에는 수입국의 해당 파트너(수입사) 역시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후에 말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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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양유업에 대한 믿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30일까지만 해도 영향이 없던 주가가 이달 2일 개장 이후 1.7%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작은 방증에 불과할 것이다. 스스로 쌓아온 탄탄한 이미지의 벽돌을 빼낸 기업은 "아무리 회계 사정이 우수한 유망주(NH투자증권 등)"라고 해도, 정을 얻을 수 없다. 남양유업이 빨리 지독하다고까지 불리던 초심을 되찾겠다는 각고의 모습을 제시해야 할 때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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