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농협이 연일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농협은 지난 2006년 세종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의 지배구조가 중앙회 회장에게 너무 치중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같으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못했을 이야기'다.
해묵은 병폐가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시점이라 농협, 특히 농협중앙회, 그중에서도 농협중앙회 수장인 최원병 회장이 좌불안석일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최원병 중앙회장의 인생역정과 중앙회장 당선 이후 행로를 보면 과메기와 닮았다는 느낌이다.
비단 그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의 지역 터줏대감이라든지, 경상도에서 농협 경력의 대부분을 채웠다든지, 잠시 외도라고 할 수 있는 정치활동이 경북도 의회에서 이뤄졌다든지 지역적 인연 때문은 아니다.
그의 화려한 농협 중앙회장 당선과 이후 가시밭길 등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겪는 과메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가 중앙회장 선거에 나설 무렵, 정치색이 유난히 입에 오르내렸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동문 인연에서 그런 말이 오르내린 데다가, 그 자신 그런 말을 거북해 하기보다는 즐겼다고 알려져 있다. '(농협) 선거운동 내내 "대통령은 이명박, 농협 회장은 최원병을 외치고 다녔다'는 언론들의 취재 결과도 있다(예컨대, 주간동아 666호 2008.12.23 21페이지).
그런 그이기에 농협 중앙회장에 당선되자 당초 농협 중앙회장이 갖던 막강한 위세에 MB인사라는 메리트까지 겹쳐져 누구도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햇살 비치는 양지 중의 양지'에 선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농협이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암담한 지경을 겪었다.든든한 원군이 되어주리라 믿었던 이 대통령은 오히려 가락동 발언을 통해 "농협이 정치를 하려 드니 이런 것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당초 최시중 방송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 등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이런 책망은 이례적이다. 경제를 붕괴시켰다고까지 비판받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마저도 감싸는 것이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임에랴. 그러므로 가락동 발언은 사실상 중앙회장에 대한 불신임으로까지 읽히는 수모 그 자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최 회장은 산하 기관들의 임원 사표들을 모두 거둬들이는 악역을 맡기에 이르렀고, 그도 모자라 중앙회 임원들의 전원 퇴직원까지 받는 진기록까지 세우는 불명예를 누리기도 했다."회장부터 기득권을 모두 버리겠다"는 항복선언을 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그가 15일에는 아예 바닥까지 떨어지는 심경으로 깊은 사과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그는 "농업인과 농업계에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충정로 농협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농업인단체장 회의에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하는 자리였다.
"겸허한 자세로 농업인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농업인단체와 함께 힘을 모아 농협개혁을 추진할 것
"이라는 그의 발언에는 이제는 농협 임원들 말고도 일반직원들에게까지 칼을 대야 하는 '죄많은 수장'으로서의 회한이 짙게 묻어났다는 평가다.2,000명 감원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사상 유례없는 유혈사태가 '최원병 체제'에서 이뤄지게 됐으니 자괴감마저 들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비상과 끔찍한 추락 속에서도 그에게서 과메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지나친 희망적 관측일까.
가장 화려한 금융권 황제 자리에도 올랐다가, 일명 MB계열 인사로 언급되던 인물 중 거의 최악으로 내쳐짐을 당하고, 이제는 사랑하는 농협 직원들을 자기 손으로 선별해야 하는 등 그의 부침은 그 격변이 꽁치를 과메기로 단련시키는 햇볕과 냉기 교차에 버금간다.
농협에서 차근차근 다져올라와 이제 수장까지 오른 그이기에, 최악의 농협 암흑기를 이끈 수장으로서 그가 기록되리라는 단정보다는,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농협 개혁을 만들어 낼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맹자'에도 하늘이 그에게 큰 일을 맡길 때는 먼저 그를 시험한다고 했다. 그의 오늘날 망신과 고난이 그와 농협의 추락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최 회장 개인은 물론 민족은행 농협을 '과메기'처럼 단련시키리라 기대해 본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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