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인터넷 세상에서는 변화 조짐이 활발하다. 특히나 ‘싸이질’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면서 2000년대 첫머리를 장식했던 싸이월드가 변화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싸이월드 신화가 ‘미니홈피’ 신화로 1인미디어를 가꾸는 즐거움을 주는 데 뿌리를 뒀다면 이제 싸이월드가 지향하기 시작한 바는 포털로서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굳히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1촌 추가’, ‘파도타기’라는 속어로 대변되는 인맥관리 서비스(SNS)의 1인자 싸이월드는 사이버머니 ‘도토리’ 등 독창적인 수익모델을 만들며, SNS시장을 이끌어온 온 공격적인 조직이다. 회원은 2,000만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싸이월드가 포털로서 던질 승부수와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기는 싸이월드가 언젠가는 포털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조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엿보였다. 메일 기능에, 검색기능 강화 등 그간 싸이월드의 행보는, 포털화의 교과서적인 발걸음이었다. 초기 화면에도 이런 도식에 따라 변경이 있었다. 초기 화면 맨 위에 검색창이 올라가고, 실시간 뉴스도 전진배치됐다.
미니홈피는 물론, 클럽 등이 메인에서 크게 자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실세였던 인맥관리서비스들이 이제 ‘뒷방 노인네’가 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바로 이용자들의 우려와 불만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갖고 있었던 ‘페이퍼’ 기능을 스스로 닫아 버리고, 이를 새롭게 싸이월드에 등장한 ‘블로그’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화룡점정으로 읽힌다.
싸이월드도 기업이고 보면, 수익이 나는 모델에 관심을 갖고 그렇지 않은 요소에 조정의 칼날을 대는 게 당연하기는 하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논리다. 그러다 보니, 신변잡기적이고 폐쇄적이라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콘텐츠를 좀 업그레이드해 보고 싶은, 혹은 다른 서비스를 추가 혹은 다른 서비스 중심으로 수술해 보고 싶은 구상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혹시나 그러한 선택과 집중이 무한정한 다른 포털과의 ‘Me Too’ 전략으로 흘러가는 쪽으로 간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싸이월드가 포털화를 추진한다고 하니, 그것은 하드웨어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성패의 여부는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가꾸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반 자체가 포털화에 부적합한 특이한 토양이라면 아예 포털화를 안 추진하느니만 못하고, 다른 사이트와 다른 뭔가 특이한 맹아가 발견된다면 이 싹을 잘 가꿔 사람들이 재미와 감동과 유용성이 있는 싸이월드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다량 제작하도록 북돋아주는 게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그간 나름대로 매니아층을 만들어 온 페이퍼 기능을 스스로 닫아 버리고, 블로그 체제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미 페이퍼를 사용하던 싸이월드 유저들에게는 공지를 통해 양해를 구하고 블로그로 자료를 이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혹시나, 싸이월드를 소유하고 있는 SK컴즈 측으로서는,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는 블로그 세상의 그 엄청난 콘텐츠가 무척 부러웠고 블로그 전쟁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페이퍼 등을 없애거나 관심을 줄였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 블로그를 따라잡거나 일취월장할 일은 이미 네이버와 포맷이 유사한 SK 내 주요 포털인 엠파스(SK컴즈는 싸이월드, 이글루스, 엠파스, 네이트를 소유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시실이다)에게 맡기는 게 더욱 적절해 보인다. 조금은 신변잡기적인 티를 내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으나, ‘나름대로 오순도순 페이퍼 돌리고 클럽 만들면서 살던’ 싸이월드 유저들에게 포털화를 추진한다는 미명으로 이러한 즐거움을 뺏거나 깎는 방식으로 네이버와 일전을 준비하는 일이 효율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싸이월드는 이미 페이퍼를 운영해 보다가, ‘홈 2’라는 블로그성 서비스에 도전해 유저들을 유인해 본 전력이 있다. 만약에 사람들이 페이퍼 대신 이 홈 2가 마음에 들었다면 알아서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월드 유저들에게는 이 홈 2가 페이퍼를 대신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이런 교훈을 접어두고는 다시 블로그를 본격 서비스하겠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검색기능-블로그-메일을 갖춰서 포털로서 자리를 굳히는 것도 중차대한 일이겠으나, 이미 아까도 언급했듯, 그런 아웃라인 외에도 이용자들을 불러들이고, 머물게 하고, 글을 쓰고 자료를 올리며 희노애락을 털어놓게 만드는 게 포털로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2,000만 싸이월드 회원이 싸이월드에 머물러 온 것은 싸이월드가 가진 외형적 요인이나 규모의 경제 외에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고 그 재미가 다른 데와는 다른 점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싸이월드가 이제 SNS 중심에서 포털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더라도, 그런 점은 갖고 가야지, 반드시 지우고 갈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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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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