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잇따른 기반시설 사고가 대한민국 건설 근간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에 이어 광명 신안산선 붕괴 등 '국민 발밑'이 무너지고 있다. 단순 시공 실수로 보기 어려운 이번 사고들은 지난 10년간 인프라를 외면한 채 주택사업에만 몰두한 업계 특유 기형적 구조가 만든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연이은 기발시설 사고를 향한 업계 시선이 심상치 않다. 단순 현장 실수 또는 단발성 문제가 아닌, 지난 10년간 건설업계가 '주택 사업'만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토목 인프라와 함께 인력·안전 투자 등은 뒷전으로 미루고, 단기간 수익이 보장되는 재개발·재건축 중심 주택 사업에 몰두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사업 이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평균 영업이익률(8~10%)이 토목(2~5%) 및 플랜트(1~3%)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이런 수익성 때문인지, 2023년 기준(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 상위 10대 종합건설사 70% 이상이 전체 수주 65% 이상을 주택·건축 분야가 차지한다. 반면 2022년 기준 토목·인프라 비중은 2012년에 대해 40% 이상 감소했다.
다행히 건설업계 주택 위주 사업 전략은 그동안 시장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호황 여파로 분양 위주 수익을 실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높은 수익률과 빠른 분양 마감, 대체 불가능한 시장 구조는 건설사들에게 '주택 사업 위주 포트폴리오를 부추겼다"라며 "다만 이러는 사이에 고난도 기술력과 유지관리가 필요한 도로·지하철·배수망 등 공공 인프라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주택사업 위주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침체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프라 공백과 기술력 단절 등 부작용도 불거진다는 점이다. 특히 토목 인프라의 경우 정부 투자 기조마저 축소로 전환되면서 기술 인력 이탈과 경험 단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월, 교각 위에 설치 중이던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진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 연합뉴스
토목 인프라 분야는 수익성을 떠나 K-건설 기초 체력이자 원천 기술이다. 고속도로·철도·지하차도·배수망 등 기반시설은 단기 실적에 드러나지 않지만, 국가 산업 뼈대인 동시에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토목 인프라 전문 기술자 이탈은 시공 경험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설계·감리 역량 저하'라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어 결국 '구조적 붕괴'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사업은 단기 수익에는 좋을 순 있지만, 국가 경쟁력은 토목이 만든다"라며 "업계가 기본에 다시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전문 기술자 양성 △하도급 구조 개선 △설계 검증 강화 등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 근본적 체질 개선이 없다면 '또 다른 참사는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실제 최근 연이어 일련 사고 역시 건설업계가 외면한 '기반시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단순 현장 사고가 아닌, 인프라 설계와 시공 전반에 대한 전문성 약화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제라도 K-건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기 분양수익이 아닌 장기적 안전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이 안전해지려면, 건설이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무너진 건 현장뿐만이 아니라 국내 건설이 자랑하는 기술력, 안전 신뢰도,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과연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K-건설이 일련의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눈앞 이익보단 발밑 안전'을 우선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들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