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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거위사' 자세 잃은 포스코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4.12.10 15:36:42
[프라임경제]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접한 영화 '데드라인(Deadline)'에서 한 기업이 겹쳐 보였다.

데드라인은 지난 2022년 9월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덮친 포항제철소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재난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 기업 임직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쯤 되면 어떤 기업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포스코의 얘기다. 포스코가 겪은 재난과 이에 대한 대응을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소재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포스코가 제작한 영화다.

현재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포스코에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철강업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와 함께 노사 갈등 심화 등이 겹치고 있어서다. 영화를 통해 여론을 환기하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가 무색해졌다. 최근 두 번이나 발생(11월10일·24일)한 폭발·화재 사고 때문이다. 영화가 공개(11월6일)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두 번째 사고는 첫 사고 발생 2주 만에 났다. 재난을 이겨낸 모습이 추락한 순간이었다.

이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격분한 모양새다. 직접 화재 현장을 찾아 원인·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임직원들의 근무 기강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에서 화재가 재발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근무 기강이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장 회장이 포스코그룹 임원·직책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그는 이와 함께 설비강건화 태스크포스팀(TFT) 발족을 지시하기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인 현재 세 번째 사고까지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포항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워서다. 사고로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집단 피해보상 소송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분노 '데드라인'이 임박한 만큼, 안거위사(安居危思)의 자세를 되새길 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이때, 내년 신년사를 희망의 메시지로 장식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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