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는 친구의 빚보증을 섰다가 생명의 위협에 봉착하는 상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대목은 우정의 중요함이나, 계약의 허점을 간파해 상인을 위기에서 구하는 여인 포셔의 지혜지만, 가만히 곱씹어 보면 ‘위기 관리’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우선 3천 두카트라는 큰 돈을 자신의 지불능력을 과신하고 빌리는 행동이 일견 무모해 보일 뿐더러, 가슴 부근의 살 1파운드를 건다는 점에서 특히 의문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세익스피어가 설정한 글에 따르면, 물론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일부러 설정한 감이 없지 않으나, 돈을 빌린 안토니오는 재산을 각각 트리폴리, 인도, 멕시코, 영국으로 향하는 4척의 배에 모두 실려 있는 것으로 나온다.
즉 재산이 전부 위험도가 높은 투자에 ‘올인’ 방식으로 투입된 상황이라는 것인데, 이 상황을 언급한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재산이 배 4척에 모두 가 있다는데, 배라는 게 사실 바다에 뜬 널빤지 한 쪽에 불과하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상당한 모험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시사평론가 이규태 선생은 생전에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이규태 코너’에서 “아마 베니스의 상인이 실제 이야기라면 그는 베니스 상인 사회에서 따돌림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설 속 베니스의 상인은 위기 관리 감각이 전혀 없는 짓을 연발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부지런하고 장사수완이 탁월한 데다가, 위기 상황에서 베팅해 이익을 창출하는 감각도 탁월했지만, 위험 요소에 지나치게 크게 투자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재산을 배 4척에 실어 동시에 출항시키는 일은, 이를 테면, 전성기 베니스의 상거래 거래소에 걸려 있었다는 자신의 신용 시계를 확실히 뒤로 돌리는 우매한 짓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안토니오는 지불 불능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고, 법정에서 살을 베일 위기일발 상황에 내몰린다. 나중에 법학박사로 분장한 포셔의 도움으로 살을 베이는 상황은 면하고 또 3척의 배는 파선했어도 1척이 무사히 돌아오는 기쁜 소식을 접하지만 말이다.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이고 널리 알려진 뻔한 구조지만, 이 이야기의 흐름이나 이규태 선생의 지적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즉 지나친 위기 상황을 자초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잘 나갈 상황 못지 않게 위기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최근 베트남이나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폭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소식이다. 과거 한때 역외펀드가 높은 성장률로 인기를 끌 때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을 묻어 두었는데, 자산 포트폴리오에 비해 지나치게 큰 투자를 해 버리거나 펀드의 중간환매 가능 여부 등을 따져보는 등 기초 점검 없이 ‘묻지 마 투자’와 ‘올인 방식’의 투자도 없지 않았음이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무릇 투자에는 위험이 수반되기 마련이지만, 스스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거나, 폭풍이 언제 올지 모르는 바다에 전재산을 띄워 놓고 위기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작금의 베트남, 중국펀드 수익률 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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