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결혼할까요’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층에게서는 결혼 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미 신혼을 오래 전에 경험한 이들로부터는 ‘그땐 그랬지’라는 과거 회상을 하게 하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시청자들을 폭넓게 불러모으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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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신애와 알렉스 커플을 보면서 감동하는 것은 듀엣곡 이벤트가 훌륭해서라든지 황홀해서가 아니라, 아직 녹음실 구경을 한 번도 해 본 적이없다는 신애를 위해 알렉스가 ‘큰 맘 먹고’ 이벤트를 마련하는 뒷배경에 있다.
이와 비교되는 커플이 이미 하차한 정형돈-사유리 커플이다. 두 사람이 유독 눈에 밟히는 것은 국제결혼을 설정한 가상 커플이어서만은 아니다. 소통이 안 되고 교감이 안 생기는 위태로움, 그리고 노력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산될 때에 부부가 어떤 지경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압축판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모습을 신부에게 강요하는 신랑의 모습에서 이미 파경은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게시판에 쏟아지는 질타에 위기감을 느낀 정형돈이 상황돌파 카드로 꺼내든 이벤트도 약효가 별로 없었다.
이미 때가 늦은 문제도 있었고, 다른 커플들이 한 차례 단행한 이벤트를 그대로 답습한 탓에 감동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 개선의 의지 없이 겉모습만 베끼려 한 정형돈의 노력이 막상 신부 사유리에게는 와 닿지 않았던 데 있다. “다른 커플이 한 것을 베낄 게 아니라 우리만의 이벤트를 해 주기를 바랬다”는 사유리의 고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흥미로운 점은 ‘결혼할까요’가 회를 거듭할 수록, 정치와 여러 모로 비견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락 프로와 고도의 통치행위를 비교하는 데서 불쾌감을 느낄 분들도 있겠으나, 소통을 위한 노력이 만드는 감동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은 부부생활과 정치 모두에서 공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더욱이 지난 100여일의 정국은 정형돈-사유리 커플의 위태로움과 겹쳐 보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명박 정부는 섬기는 정부를 모토로 출범했으면서도 그간 여러 차례 국민적 의사 수렴 과정에서 문제를 보여 왔다. 고소영 내각에 대한 우려를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주장해왔으며, 대운하에 대한 지적 역시 각종 우회상장 방식으로 끝끝내 포기않고 밀어붙이는 ‘형돈스러운’ 양상을 보여 왔다.
고도의 고민 끝에 단행한 쇠 고기 협상은 국민 여론과 배치된 덕에 ‘장고 끝 악수’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이명박 정부는 내각과 청와대 라인을 손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난을 타개할 고유가 대책도 내놓았다. 심지어 대통령은 자신의 회심작인 대운하를 포기할지 고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각종 승부수가 그저 ‘대형 이벤트성’ 승부수가 아닌 소소하지만 ‘감동’을 주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전환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순전히 대통령의 진심 여부에 달려 있다. 최종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크라운 제이가 될지, 정형돈이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지만, 불도저식 리더십이 아닌 협치의 미덕을 아는 대통령과 동거하기를 국민들이 바란다는 점은 이미 분명히 드러났다.
부디 이 대통령이 이번에 얻은 소통의 중요함을 오래도록 되새겨 야당들과 국민이 사유리처럼 눈물흘리는 모습보다는 신애처럼 작지만 진실된 감동으로 웃음짓는 날들만 5년간 이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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