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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엔론 뺨친 祖-孫, 이병철 한비 사건·이재용 삼바 의혹

[이재용과의 기리 ③] 복잡성 악용…백년대계 사업도 결국 오너일가 도구 '조손지간 닮은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07 09:46:17

[프라임경제] 바둑이나 장기의 이치를 '기리(棋理)'라고 한다. 삼성은 애플과 어깨를 견주는 삼성전자 등 여러 굵직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우수한 품질과 '관리의 삼성'이라는 합리적 이미지를 세계에 심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세부적인 일처리에서는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배권 상속에 많은 역량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창립 80년, 이제 이재용씨와의 기리(きり:끝)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삼성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호암자전'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악수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김 부총리는 청와대의 일자리 창출 구걸 우려를 의식한 듯, 직접적으로 투자 독려나 일자리 창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특히 그는 "중소·벤처기업과의 협력 강화, 해외 진출에 있어 삼성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한 판로 개척,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등에도 관심을 갖고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대기업의 선순환 역할 모델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대표주자 역할에는 국민과 국내투자자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삼성 측에 경영시 도덕성 보장과 준법 등을 에둘러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를 위해 투명한 지배구조의 정립 등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또 삼성이 창업자 고(故) 이병철 옹이 쓴 호암자전의 내용처럼 국내외 정세변동에 따른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가백년대계 위한 '한비 사업', 비리 욕심에 눈 흐려져 나락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부친이기도 한 이병철 창업주는 삼성상회를 세워 비약적으로 키운(이때부터 따져 올해가 그룹 창립 80주년) 경영계의 신화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 삼성

그러나 한국비료 사건으로 밀수 지휘의 배후 내지 정치 자금 의혹 등 많은 논란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사건으로 고 이맹희씨(이재현 CJ그룹 수장의 부친) 등 아들들과도 관계가 소원해지는 가정사의 비극을 겪었다.

삼성은 한국비료를 건립, 농업보국을 추진한다. 이맹희씨가 생전에 자서전에서 "내 생전에 큰 비료공장만 하나 지으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고 술회했을 정도로 당시 국내 농업 및 화학 사정에서 대형 비료공장 건립은 중요했다. 당시 국내에는 호남비료와 삼척산업, 경기화학 등의 비료 생산 시설이 있긴 했으나 총생산량이 국내 비료 수요의 20%에 그쳤다.

그러나 국가적 사업인 비료 문제에 박차를 가하던 삼성은 정치자금 헌납 문제와 건립 비용 조달의 어려움 등에 말려들어 결국 쉬운 길을 택한다. 사카린 밀수 등을 통해 검은 자금을 만들어 이리저리 쓰면 된다는 유혹에 진 것. 그러나 이것이 부산세관에 우연히 적발됨으로써 결국 '한국비료 국가 헌납과 이병철 경영활동 은퇴(나중에 복귀)'로 이어졌었다.

◆삼성바이오, 미래 먹거리라더니 '이재용 승계 도구' 전락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분식회계 의혹), 공시의무 위반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검찰이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법리적 해석에서 회계상 처리나 공시 논란이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2012년에서 2014년 회계연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상장회사라는 것에 주목하는 의견이다. 즉 이들은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주가 500인 이상으로 외부감사인의 감사가 의무화된 비상장법인의 경우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실적이 없더라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업 관련 내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중요사항에 대해 공시할 의무가 있었다고 짚는다.

2012년경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 명단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등 최대주주와 삼성물산 등 4개사에 불과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즉,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는 이에 해당하는 일이 없어 콜옵션 공시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같은 처리는 단순히 해당사의 문제이므로 그 크기의 회사, 그런 구조의 회사에 적용되는 공시의무 등 규정만 가져다 잴 게 아니라, 이 회사의 값어치 문제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에 큰 평가 오류를 유발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통합 삼성물산 탄생 비리의 도구로 바이오 미래산업이 악용된 것'이라는 인식에서 봐야 한다는 것. 

◆복잡한 구조의 사기극, '미국 엔론 비리'와도 닮은 이재용

이런 복잡한 예가 해외에도 없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도 과거 초대형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회계를 조작하고 계속적으로 투자자들을 기만, 주가를 엉뚱하게 부양했으나 결국 터져 무너진 경우가 있었다.

사안은 매우 복잡하나, 간단히 요약하자면 가치에 대한 혼선을 일으켰고 복잡한 각 구조를 도구화했다는 것. 

"엔론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점점 더 많은 현금 흐름이 있는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기 위해 많은 신종거래를 만들어 냈다. 특수목적법인(SPEs)과 관련된 구조적인 재무 테크닉과 공격적인 방법의 회계 처리를 광범위하게 사용함으로써, 재정 상황과 경영활동의 성과를 너무나 교묘히 조작(2008년 해외 검사 연구과제로 서영수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발표한 '미국 엔론사 회계부정사건 연구'의 344쪽 부분)"한 케이스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래 성장 가치 산업이라는 큰 비중의 계열사를 삼성물산 합병에서 합병 비율 등 값어치 평가를 오너 일가 이익쪽으로 해석되게끔 '도구화'해 버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와 흡사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삼성바이오 3공장 건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 뉴스1

이렇게 되면 조손지간인 고 이병철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비리 스케일이나 복잡다단한 수단의 동원 면에서 엔론 스타일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3세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손쉽게 장악하게 만들어 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과 삼성물산 통합의 이중주는 결국 첨단 바이오 산업도 재벌 승계권보다 더 밑으로 보는 삼성가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한국비료 건립 당시에, 고 이병철 창업회장이 "제대로 된 비료공장을 지으면 여한이 없겠다"던 아들 고 이맹희씨의 소중한 염원을 정치자금 문제, 한비 건설 자금의 부족분 보충, 그리고 울산공단 건설용 기계류를 들여오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논리로 일시에 먹칠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삼성의 경영과 승계 정신은 3대째 본질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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