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돈 먹는 민자 도우려 공항행 KTX 폐지? 코레일 '적폐+배임'

경영서 손 떼고도 감독당국 눈치…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갑을관계 논란일 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31 17:32:32

[프라임경제] 전국 각 거점에서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던 KTX 라인들이 30일자로 정식으로 전면 폐지됐다. 문제는 단순히 지방 승객들의 편의성 이슈나 지역이기주의로 볼 한 때의 화젯거리 이상의 논점을 갖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코레일이 요청하고 당국이 이를 원안대로 승인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책 판단이 들어갔고, 코레일 스스로도 애초에 기획을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코레일은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오가는 KTX를 운영할 경우, 인천공항철도(AREX)와의 운영 효율성 문제가 있고 아울러 수익성 문제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다만 이 수익성 논란에 대해서는 여러 반박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민간자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AREX와 공항행 KTX가 같은 라인을 사용할 때 AREX 이용에 차질이 커지기 때문에 코레일 측이 양보하는 게 전체 구도에서 맞다는 논리가 일부 언론에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

◆공기철도 오명 AREX 위해 '지방 사람들'이 고생하자?

민간자본을 유치,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짓고 이용권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행정법상 기법을 흔히 '민자사업'이라 한다.

AREX 역시 이 민자 기법으로 탄생한 SOC 중 하나다. AREX가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공항행 KTX라는 운행 노선들이 들어오면서, 서울역에서 검암, 그리고 인천공항으로 이어지는 구간들을 같이 쓰게 돼 문제가 생겼다는 것.

가장 큰 문제로는 두 운행 스케쥴이 만날 경우, AREX가 피했다 달리는 등으로 이동 시간에 지장을 받는다는 설이다.

코레일이 지방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되던 KTX 라인을 전면 철폐, 논란이 불가피하다. ⓒ 뉴스1

결국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에서 공항행 KTX들을 전면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방 승객들은 물론 서울역이나 광명역에서 내려서 이들 KTX역에 마련된 도심공항 출국심사 기능을 활용해도 된다. 그 뒤에 리무진 버스를 타거나 다시 서울역에서 AREX를 타면 비용과 시간이 오히려 절약된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무역 바이어이든, 여행객이든 간에 짐을 다시 내리고 올리는 환승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AREX 운영 보장을 위해 지방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드나드는 데 있어 편의를 약간 양보하라는 논리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문제가 또 있다. AREX의 운영 상태가 재미있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슈이지만, 금일 본지 기사로 종합 보도가 됐다. 지방에서는 우리는 2등 국민이냐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과격한 논리마저도 나온다.

원래 AREX 구간은 워낙 초창기 수익 계산과 이용자 예측이 잘못됐던 구간. "공항철도 아닌 공기철도"이라고 혹독한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간신히 기사회생한 것도 국제적 기능을 갖춘 거점공항, 아울러 동북아 허브공항의 이용을 보좌한다는 공익적 관점과 전혀 거리가 먼 방식을 택하면서 이뤄졌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서울역까지 12개 전구간이 개통된 2010년에나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와 홍대입구, 마포, 공덕 등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구간이 추가되고 지하철과 KTX로 갈아 탈 수 있는 환승역이 증가한 반사적 효과였던 것. 그제서야 이용객은 16배 넘게 급증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이 구간이 '돈 먹는 하마' 신세라는 것. AREX의 경우, 30년 계약이 끝날 때까지 정부가 보조해야 할 비용을 지난해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9조원에 이른다. 당국이 애초에 민자를 유치할 때 수익성 예상과 보장 협상을 잘못한 덕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민자사업 이슈와 코레일의 공항행 KTX 철폐 판단이 왜 문제적 상황인 것일까? 답은 이렇다.

과거, 이 '인천공항철도(AREX)라는 문제적 노선'에 코레일이 연관성을 갖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AREX 민자사업 때, 당초에는 코레일이 지분을 갖고 참여하며, 최소운임수입보장(MRG)을 보장하는 방식이 채택됐던 것. 

하지만 MRG는 기본적으로 수요 예측 등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기본 도입이 까다로운 것. 원래부터 쉬운 게 아닌 데다, 한국에 들어와서 주먹구구 도입 추진 등 여러 문제가 버무려지면서 가장 잘못 운영된 제도로 뿌리를 내렸다.

급기야 중간에 AREX의 경우 이 MRG 운영이 폐지되고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전환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2040년까지 15조원(年 5800억원)에 달하는 재정부담액을 큰 폭으로 줄일 것으로 자화자찬한 바 있다.

경영에서 손도 떼셨는데, 계속 왜 이러십니까?

이른바 중간 사업 재구조화 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사업 재구조화 덕에, AREX의 대주주(지분율 88.8%)로 돼 있던 코레일은 사업시행자에 대한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약 4조4000억원의 부채를 줄이게 됐다.

코레일의 보유지분 구성은 주식매입대금 공사채 상환 1조8000억원과 철도공사 부채에 포함돼 있던 사업시행법인(코레일공항철도㈜)의 부채 약 2조6000억원 등이었다.

요약하자면, 코레일은 2009년말 AREX를 인수하면서 부채 압박이 심해졌지만, 이를 다시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이 크게 개선(411%→310%)되는 효과 등을 누리게 됐다.

이렇게 사업 방식 변경, 그리고 각 구간으로의 연장 등으로 사실상 공항철도라기 보다는 수도권 주민들의 출퇴근 노선으로 성격 자체가 변화, 본래 의도를 잃은 AREX가 됨으로써 이용자 급증, 일부 수익성 개선 등이 가능해 졌고, 심지어 코레일은 직접 연관성을 배제하게 된다. 

국토부가 AREX '사업시행자'를 코레일에서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게 벌써 2015년 6월.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공적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웃픈 현실'은 계속되니 이런 게 바로 '민자의 저주'라는 후문.

가장 웃픈 것은 이렇게 지분 정리 등으로 단절을 하고 나선 터에도 코레일은 아직도 '아픈 손가락' AREX가 편하게 운행하는 방법을 위해 지방 거점별 출발~인천공항행 KTX를 철폐하는 방안을 선뜻 택하는 살신성인을 하고 있는 것.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인천으로 올라오는 노선은 적자임이 확실하지만, 동대구~인천공항 KTX는 충분히 수익성이 보장됨에도 이번에 도매금으로 '날려버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는 대의명분상으로 볼 때도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에 어울리지 않는 고식지계이고 더욱이, 코레일 하나만 놓고 보면 경영판단이고 배임이라는 데 있다. 

코레일은 그렇잖아도 KTX 연착 같은 대형 사고시 정차역 판단 과정 같은 작은 이슈에서부터, 각종 위약금 보상 등 판단과 적용 폭에서 배임 논란을 받는 등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나이브한' 조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 승객들의 공항 이용 편의를 전면적으로 외면하면서 지분을 손털어 버린 AREX 사랑을 하는 건, 문제라는 점을 스스로 필터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국회 등 외부의 검토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유효하다.

문재인 정권은 지방분권화 개헌 추진 등 레토릭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반복하고 있으나, 일선 정부부처나 공기업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역민을 홀대하고 있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코레일은 지금 자사의 이익을 이상한 경영 판단으로 날려버리고 있다는 배임 의혹보다, 적폐 논란을 더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도 있다. 여러모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