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의 대구 진출에 따른 지역 유통업 경쟁이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대백'의 추락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임직원들에 대한 질타도 이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역 대형소매점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대구 신세계의 1분기 영업이익은 -23억9600만원으로 분석되지만, 판관비 등 요소가 공개되고 있지 않아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손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신세계를 위시한 경쟁사들의 분투에 대구백화점이 졌다는 식으로 간단히 요약하는 게 전부일까.
우선은 대구백화점이 신세계 대구점의 등장과 선전으로 그간 지역에서 누려온 '몫'을 뺏긴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둘째, 열심히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면 더 이상 나올 것 없어 뵈던 지역에서도 새롭게 돈이 나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두 요소를 고려할 때, 일명 KTX 효과(신세계 대구점은 동대구역에 붙어 있다) 등 '교통 효과'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덤으로 해 본다.
신세계 대구점이 개장 첫 주말에만 100만명, 개점 한 달에 500만명 효과를 누리는 등 쾌속 항진을 하고 있지만, 이 중 절반 정도는 대구 사람이 아닌 '외부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발표한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구 대형소매점 중 백화점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 한편 대형마트 판매는 3.3% 줄었다고 한다.
대구라고 갑자기 백화점 수요가 늘고, 없던 수요가 생기고, 특히 그것이 특정 대기업 계열 점포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창조경제' 해피엔딩이 얘기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대구 백화점들로 대구 주변 사람들이 모이는 등 효과는 나오고 있지만, 막상 대형마트 매출 효과가 줄어들 정도로 '대구 시내 경제의 속살'은 어려운 게 아닌지 들여다볼 때다.
더욱이 그런 점에서 장차 대구 사람들이 어떤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실질적인 속내를 읽어내는 것이 지역밀착 기업의 몫이고 그런 능력이 바로 향토업체의 장점이 아닐까. '대백'이 이번 성적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또 틈새시장을 개척해 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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