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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국 담배회사만 살찌운 담뱃세 인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9.23 10:44:18

[프라임경제] 작년 1월1일을 기준으로 담뱃세가 크게 인상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분분했는데 이번에 담배회사들의 주머니만 불려줬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돼 눈길을 끈다.

정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발표하면서 담배 제조사 등이 과도하게 담배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하는 매점매석 고시도 발표했다. 2014년 9∼12월 월별 반출량이 2014년 1∼8월 월평균 반출량의 104%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필립모리스 코리아와 BAT 코리아는 일부러 재고를 늘렸다가 인상 후에 파는 수법으로 약 2000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를 악용해 회사에 따라서 제조장 인근에 임시로 일반 창고를 빌린 뒤 담배를 빼돌리거나, 같은 창고의 다른 구역으로 담배를 옮겨놓는 방법, 아직 생산되지도 않은 담배를 유통망에 풀어놓은 것처럼 서류 조작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매점매석 고시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 일단 반출만 해 놓으면 되겠다는 점이 뻔히 보이는데, 이를 어겼을 경우 재과익을 환수할 방안을 콕 집어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새로운 상황을 분석해 본 업체들이 손쉽게 재고차익을 추구할 유혹을 받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이는 말이 좋아 재고차익이지 전형적인 시장교란 행위 즉 매점매석이다. 정부가 담배 가격을 인상할 것을 예고한 것을 기회 삼아, 미리 물량을 빼돌려 쌓아놓고 값이 오른 후에 풀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필립모리스코리아나 BAT코리아 등의 당기순이익은 재작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담뱃세 인상이 거대 담배기업들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게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비치진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그들이 순수하게 고맙게 받아들였을 리 만무하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저항이 만만찮은 문제다. 다만 공평무사하게 처리하고 엄격하게 탈세 시도를 차단, 추궁하는 것으로 신뢰도를 높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선진 세정과 후진 세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세금 부과에 승복하고 공정하게 처리된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삼는지, 그저 방법을 막론하고 무조건 필요한 세원을 확보해 내느냐에 목표를 두는지 생각해 보면 이번 우리 담뱃세 인상은 단연 후자의 전형적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담뱃세 인상을 추진한 자체가 합당했는지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이처럼 구멍난 세정 운영 태도로 외국산 담배가 상당 부분 시장을 점유하는 담배 문제에 접근한 것 자체가 국가적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느냐의 레임덕 이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세금 불복 소송률이 높아지고 있고, 외국계 기업이 조세 허점을 노려 유유히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이번 담뱃세 문제를 계기로 일의 앞뒤를 모두 꼼꼼하게 챙기는 세정 시스템 마련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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