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벤더는 물류체계를 갖추고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 특화된 상품들을 공급하는 다품종 소량 도매업을 일컫는 개념이다. 유통을 원활히 촉진하는 중간 통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납품업체들 사이에서 편리하다는 호평보다 과도한 수수료 등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의 근저에는 벤더라는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벤더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물품 공급자(납품업체), 대형 매장 간의 허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이다.
대형마트들이 납품업체와 직접 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벤더를 애용하는 상황은 분명한 현실이다. 납품업체와 직접 계약을 하지 않으면서도 더 낮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얻고자 하는 대형 마트들 사이에서 벤더는 특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이 진화하는 시대 발전상에서 벤더가 거꾸로 가는 이유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대형마트 등 주문업체의 의중은 벤더에게 절대적이다. 벤더는 납품을 하는 업체에 15∼20%에 이르는 수수료를 물리는 문지기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그런 지위를 누리는 대신 대형마트 등에는 대단히 약한 을(乙)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벤더들은 자유경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납품하는 통로의 기능을 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많다.
대형마트 등이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일부 대형마트들은 벤더를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전언까지 들린다.
이처럼 벤더를 둘러싼 환경은 대형마트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의혹을 사기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해서도 곁가지로 벤더를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롯데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벤더가 꼭 필요하지 않음에도 통행세를 거두는 식으로 비자금 조성에 기여했다는 시각이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이라는 전체 줄기에 비하면 소소한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이익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면 문제다. 사실일 경우 더 큰 부작용은 농민·상인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킴으로써 유통 전체 흐름을 뒤틀어 놨다는 데 있다.
매번 벤더의 수수료 과다 문제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거론돼왔지만 본질적인 수술은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경제사를 보면 시전상인의 독점적 활동이 활발한 경제 작용을 일으키기보다는 특혜에 안주하는 모습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부정으로 흐른 폐단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벤더 역시 통행세에 만족하고 '슈퍼 갑(甲)'에 기대어 기생 갑질을 하는 처지에서 빨리 벗어나 중간상인의 본질에 충실하도록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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