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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정책, 구미달 불감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7.14 14:27:39

[프라임경제] 논어에 '구미달(丘未達), 불감상(不敢賞)'이라는 기록이 있다. 병이 난 공자를 위해 정치가인 계강자가 약을 보냈다. 공자는 고마움을 표하고 약을 받았다. 하지만 "(공자는) 약효를 모르니 감히 먹을 수가 없다"며 사실상 사양했다. 임금을 무시할 정도로 세력이 막강해 예법을 어기는 행동을 일삼았다고 해 공자가 멀리했다는 인물이다.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쓸 일이 아니다. 또 보기에 따라선 보낸 뜻은 고맙지만 받기만 하고 안 쓰는 게 나은 약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어려움에 처한 팬택의 상황을 보면서 당국이 지난 번 택한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결정의 파장을 생각해봤다. 주지하다시피, 이통사들의 '이전투구'식 영업경쟁을 엄중히 규제할 필요를 느낀 당국에서는 이통3사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는 이통사 제재효과가 미미하고, 영세유통업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당시에도 충분히 높았다. 단말기(휴대전화)제조사들이 입을 파급효과도 지적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경영 조건이 좋지 않았던 팬택이 고생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팬택은 지난해 10월 두번째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내부 인원감축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올 1, 2월에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에는 해외시장에 상당한 수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뼈를 깎는 노력도 결국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여파로 빛이 바래졌다. 일각에서 이번 팬택 상황에 이통사들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을 가하는 것, 또 채권단이 이통사들에게 팬택 회생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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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팬택에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이통사들을 비판할 것만도 아니다. 결국 정부의 정책 선택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통사들의 잘못을 꾸짖기 위해 법질서확립 차원에서 강경한 정책을 택하더라도, 다른 시장 개입자들이 입을 부작용에 대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약이 영업정지, 그것밖에 없었을까? 효과와 부작용에 모두 통달하지 못한 약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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