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대학 ‘등록금 현찰장사’ 고집 접어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2.06 09:04:44

[프라임경제] 편의점 등 소규모 업체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시행하는 데 비해 대학이 이를 꺼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세간에 여러 사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유감스러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만 매번 수십억원에 때문이라는 표면적 이유는 명분이 약하다.

현재 각 대학들은 신용카드로 수납을 받는 일을 극히 꺼리고 있으며, 설사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더라도 납입액이 상대적으로 큰 신입생의 경우는 불가능하고 학교와 계약돼 있는 특정사 한 곳의 신용카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생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수납 문제에 대해 권고를 한 바 있으나 대학들은 마이동풍으로 일관해 왔다.

예전에는 편의점 등 소규모 업체에서도 받는 카드를 왜 안 받느냐는 지적을 해도 (특히 사립대에서) 대학의 자율이니 하는 고담준론으로 뭉게기 일쑤였고, 이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는 기류가 강했다. 학문의 자유니 대학의 자율성이니 하는 문제 외에도, 우리 사회가 일종의 공감대로 일반 구멍가게보다 대학을 믿어온 데에는 현금장사를 전면적으로 허락해도 돈을 투명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신뢰감'이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진리의 상아탑이자 지성인 양성소를 자처해 온 대학들이 이런 문제에 있어 그러한 자율성 운운하기에는 그야말로 일개 일거리의 편의점만 못한 '민낯'을 갖고 있음이 근래 드러나고 있다.

2010년 봄에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약칭 등록금넷)이 건국대, 성균관대 등 신용카드 가맹점이지만 카드로 등록금을 받지 않는 대학들을 밝혀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가맹점이면서도 수납을 하지 않으면 여신업법 규정에 위배되는데, 대학들이 가맹점인지 여부가 잘 알려지지 않아 시민사회계에서 대대적인 수색과 공세에 나선 케이스다. 아예 가맹점 계약을 안 해 놓고 자율성 운운하면 논리적으로 맞을지 몰라도, 상황이 이쯤 되면 '한입으로 두말'이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법 하다.

여기에 지난 2011년 11월3일 감사원의 대학 재정운영 실태 감사를 보자. 감사원은 총 11개 대학을 도마에 올렸으며 특히 29개 사립대학, 6개 국공립대학 등 35개 대학교를 표본으로 추출, 등록금 산정과정의 적정성을 심층 검증했다.

그 결과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뛰는 이유가 지출예산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등록금 수입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등 엉터리 재정운영으로 말미암은 부산물이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쯤 되면, 이런 한국의 대학들에 국고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조단위 예산을 지원하고(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사립대 10곳이 2010년 한해 동안 '산학협력단' 명목으로 받은 국고보조금만 1조2032억원에 달한다는 게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공개 자료다), 고액의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일을 허용하는 한편 '현찰장사'를 하라고 방치하는 것은 문제다.

   
 
일개 개인사업자가 그야말로 돈을 벌 일념으로 차린 가게도 100% 현찰장사를 고집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신용카드가 발전한 오늘날의 세태다. 하물며, 사회를 이끈다는 대학이야 학생과 학부형의 고민을 먼저 헤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등록금 부풀리기 논란에, 여신업법 위반 논쟁 등이나 야기하는 수준의 한국 대학이라면 제도적으로 강제를 모색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