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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AL앞에 칼든 김동수 공정위원장,임칙서가 될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02.01 09:24:19

[프라임경제] 아편전쟁은 흔히 중국의 무능을 드러내 서양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계기로 이야기된다. 특히 융통성 없는 법집행으로 전쟁을 유발했고, 일패도지하여 간뇌도지(간과 골이 땅에 흩어짐, 즉 처참히 패함)했다는 비판이 중국 내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많다는 이야기를 본 바가 있다(무책임하게 전쟁을 유발해서 '간뇌도지하고 말았다'는 표현도 어느 중국 지식인의 평가 발언을 언론이 전했던 바로 기억함).

당시 영국 상인들이 중국에서 비단을 사들일 때에 은을 과도하게 사용해, 이를 다시 회수하기 위해 아편을 중국인들에게 팔았는데 중국을 망하게 하는 원흉으로 이 아편이 거론됐다. 이를 단속하기 위해 광동에 전권을 위임받고 파견된(흠차대신이라 한다) 고관이 임칙서였다.

임칙서는 아편 2만상자를 빼앗아 모두 폐기처분했고, 이로 인해 반발한 영국이-중국에 계속 은이 흘러들어가는 일을 막지 못하면 오늘날 국제금융위기 못지않은 혼란이 당시 우려됐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의 부를 급격히 빨아들이자 화폐절상 압력을 미국으로부터 받는 일을 생각해 보라. 급기야 전쟁을 일으키게 됐고 이것이 세계사에서 가장 추한 전쟁 중 하나로 꼽히는 아편전쟁이다.

물론 2품관에 상당한다고 알려져 있는 흠차대신이니까, 정책적 고려라는 표현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와 처결을 하라고 보낸 흠차대신의 일은 본래 정책적 고려 등과는 아예 거리를 두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패도지의 안타까움을 곱씹는 중국 지식인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없지 않아 보였다는 게 개인적 견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KAL)의 몽골 노선 의혹에 대해 확대경을 들이댄 모양이다.

몽골 정부가 기존 취항 항공사 우선 원칙에 따라 대한항공만 고려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몽골항공과의 바터제도(항공편 교류의 원칙)에 맞추기 위해 몽골항공이 특별기를 자주 띄웠던 바도 대한항공에 부당하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라는 후문이다.

더욱이 근래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왔으나 이런 기본 속성에서 후퇴했다는 평을 듣고 있어, 이번 몽골 관련 논란에 대한 공정위의 태도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독과점 방지 등 공정위 영역에 크게 전문성이 없는 인사라는 점과 함께, 청와대가 공정위원장 임명장을 주면서 "물가 관리에 신경 쓰라"고 당부를 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김 위원장은 곧바로 공정위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정위가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부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근시안적 논리"라고 해 청와대 의중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즉 공정위는 그간 정체성에 대해 쌓아온 고민을 이번 참에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메스를 드는 공정위 직무가 공정할 것이란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의 몽골 관련 조사 가능성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고 조중훈 회장의 한진그룹 창립 이래, 정부 당국은 부실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를 한진에 떠넘기는 등(이후 대한항공으로 개명) 적잖은 신세를 져 왔다. 오늘날 대몽골 민간외교의 선봉을 맡아 중앙아시아 자원외교에 한 축을 젊어지고 있는 조양호씨가 바로 고인의 아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이 다른 여러 경제적 요인을 감안하는 쪽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던 공정위가 이번 일을 들여다 볼 생각을 한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수 공정위號'가 제 2의 임칙서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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