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손잡이 붙은 봉투와 그냥 보퉁이 묶어 들듯 해야 하는 봉투 중 어떤 게 짐 나르기 좋겠는가? 낱개 판매를 하는 가게와 열개들이 묶음을 사라는 가게 중 어디가 좋은가?
두 문제 모두에서 고민 없이 전자들을 고른 분들이 세상엔 절대적으로 많을 터인데, 그런 독자들에게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에 이어, ‘통큰넷북’을 출시하는 등 연이어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마진(손해를 보고 파는 일. 경쟁자를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아 독과점규제 차원에서 보통 다룸) 논란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의 통큰치킨 조사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고, 원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등 여러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 기획을 가장 잘 정의하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미끼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것으로 끌어들인 고객들에게 다른 것을 팔아 남보다 큰 이윤을 기어이 추구한다는 냉혹한 현실 아닌가 한다.
왜 굳이 ‘기어이’가 아니라 ‘남보다’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가 하면, 롯데마트의 이 같은 미끼상품이 갖는 폐단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런 맥락에서 정작 롯데마트가 2010년 호랑이해에 선보인 가장 큰 미끼상품은 닭도 넷북도 아니고 따로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다름 아닌 롯데마트에서 이뤄지는 종량제봉투를 겸한 비닐봉투의 판매다.
이미 이 종량제봉투 사용이 갖는 비인격적 요소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기회에 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산 먹고 입을 거리를 거지도 아닌 바에야 종량제봉투에 담아 가게끔, 그야말로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그런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크게끔 하는 문제가 있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문제와 결합하는, 미끼상품으로서의 해악이 크고 이것들이 일으키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여기에서 주장하고자 한다.
롯데마트 부평점에서 28일 저녁, 기자가 장을 보고 구매한 봉투는 2장. 이는 후에 종량제봉투로 쓰레기수거에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롯데마트에서 20리터짜리는 장당 620원에 판매된다. 짐이 적으면 한 장을 팔라고 해도 되고, 사실상 꾸러미를 몇 꾸러미로 나눠 담을지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소용이 안 닿더라도 필요량보다 한 장쯤 더 사 넣을 수도 있다.
한편, 기자가 인천지하철 동수역에서 내려 29일 저녁 들린 **마트에서 문의한 결과는 20리터 들이 종량제봉투는 “한 묶음으로 파는데”라는 것이었다. 즉, 일단 이런 점에서부터 먹고 들어가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롯데마트는 싸움이라고도 생각 못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봉투 장사를 하려는 건 아니므로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 수요를 처리하느라 한 장도 좋고 두 장도 좋게 쌓아두고 낱장 판매를 할 수 있는 롯데마트와 굳이 장당 판매를 했다간 재고털기가 어려운 동네 슈퍼와는 경쟁 자체가 안 된다.
아울러, 손잡이 붙은 종량제봉투가 일으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납품고리 문제, 그리고 경쟁구조 파괴 가능성이다. 기자가 유통과 행정에 과문하기는 하나 몇 군데에 문의해 보니, 이 같은 종량제봉투는 대형마트로만 공급되는 주문품이라 한다. 만일 사실이라면, 종량제봉투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에서 이러저러한 곳에 공급을 한다고 하기보다는 롯데마트가 특정업체에 일종의 도급을 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고객들을 위해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종량제봉투는 대화수지공업(주)이 공급하는 것으로 안다. 특정 업체에 대량 발주를 받는 든든한 줄을 잡기 위해, 이 같은 비닐공장들은(부평구에서 파는 종량제봉투를 만드는 기업이 사실상 하나일 가능성은 잠시 접고, 일반적 경쟁 구도를 놓고 계산하자) 그야말로 하청을 따기 위해 대형 원청에 애면글면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쓰레기봉투에까지 왜 대기업 롯데가 문어발 확장을 해서 원청 행세를 하려 드냐고 따져 물으면, 본 기자가 지나친가?
마지막으로 가장 개인적으로 문제라 보는 대목은 내 미끼상품으로 인해(통큰치킨과 동렬로 미끼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올 것이고 롯데마트 스스로도 인정 안 하겠지만) 남의 미끼상품을 죽이자는 잔인함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독자 여러분은 당장 집에 쓰레기 내다 버릴 종량제봉투 없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으나 본 기자는, 여태까지는, 동네 구멍가게에 편한 옷을 걸치고 나가 한 묶음씩 사 왔다. 물론 가게 중엔 작은 용량이라도 한 장씩 하는 곳도 있기는 한데, 어쨌든 그렇게 한 묶음을 사러 가는 사람이 굳이 봉투만 사지는 않는다. 남자들 같은 경우엔 부인이나 어머니에게 물어 필요한 물건들을 적어든 메모지를 들고 가기도 하고, 갑자기 담배가 당겨 한 갑 사기도 한다.
이를 테면, 그걸 한 묶음 사자고 나온 사람들에게 동네 구멍가게는 좀 잡다하게 몇 가지 소소한 물건을 같이 팔아 왔다.
미끼상품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이제 대형마트에서까지 종량제봉투를 팔아대면, 그렇잖아도 대형마트와 SSM 때문에 매출이 줄어든 동네 구멍가게는 어쩌라는 것인가?
롯데마트만의 문제는 아니나, 위에서 언급한 다른 기자수첩의 글에서 이미 말했듯, 롯데마트가 유독 다른 대형할인매장에 비해 종이봉투보다 종량제봉투를 사 물건을 담아들고 가게끔 유도하는 효과가 큰 정책을 펴고 있어 보이며, 더욱이 가당찮게 인간중심 경영 등을 언급하기까지 하므로, 기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롯데마트가 총대를 매고 해명을 해야 한다고 본다.
흔히 ‘유통명가’로 일컬어지는 롯데에 대해서 폄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껌 팔아 일군 富’라 냉혹하게 평가하는 시선인데, 물론 그 문제만 놓고 보면 지나친 감이 있다. 껌(으로 대변되는 생활소비재)을 팔아 돈을 벌고 고용 효과를 유발하는 게 중장후대 산업의 공로와 부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온당치 않다.
그러나, 종량제봉투에 소중한 물건을 담아 가는 일에 큰 고민을 하지 않은 게 분명한, 그리고 그런 봉투 구매를 은연중 선택하게끔 하는 정책을 펴는 롯데마트를 볼 때는 어쩌면 저 잔인한 평가가 맞을 수도 있겠다고 본다.
이런 여러 행보들이 하루아침에 등장한 게 아니고 그간 소소하게 긴 세월 목도돼 왔다면 그런 기업이 존경스러울까? 일설에는 롯데가 껌 팔아 돈을 벌게 된 것이 정부 때문이다, 우리는 제철소를 갖고 싶었다고 주장한다 들었다. 롯데그룹 신격호 창업주는 본디 제철소를 지을 요량이었고 당시 후지제철소 도움도 받으려 했다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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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철강을 했다면…그야말로 끔찍하다. 비닐봉투 문제나 해결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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