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1일 밤 첫 방송인 SBS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첫 회 중요장면이 미리 언론에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중 차대웅(이승기 분)과 구미호(신민아 분)의 키스신은 생명이 위험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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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미호에 관련한 오락물에서 구슬 장면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배우 고소영이 주연한 영화 '구미호'(1994년)에서도 이같은 구슬을 이용한 장면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발상은 기발하였지만, 촬영과 편집, 그리고 특수효과 등 모든 면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큰 흥미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당시 영화의 흥행 실패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면서 이 장면의 문제를 언급한 언론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구미호의 흥행 참패 원인이 조악한 CG가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상상력을 모두 받쳐주지 못하는 CG가 한몫을 단단히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 하나로 구슬 장면이 지적됐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영화도 아닌 드라마에서도 이같은 장면도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게 됐으니 상상력과 기술력의 보조를 맞춘 발전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종(異種)간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 구미호와 인간의 사랑, 그리고 그 사이의 키스신을 상상력 이상으로 실제로 화면에 구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방송연예계는 발전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도 이 구미호와 인간의 사랑과 같은 이종간 융합의 꿈이 만발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빅3에 밀리는 사이즈를 극복하고자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탄 동원 능력에 대해 공공연하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등 가장 유력한 M&A 대전의 주인공 후보다.
이같은 몸집 키우기 외에도,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능력, 이종산업간 융합 등에서도 앞서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주주총회 인삿말을 통해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아직 불확실하지만 향후 전개될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를 주도해나갈 것", "앞으로도 시장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이종산업 융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 회장은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부문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이같은 선언은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종간 융합, 즉 금융과 산업간 컨버전스를 시도한 경우가 우리 금융사에선 드물기 때문이다. 김 회장 자신이 얼리 어댑터 기질이 있고 스마트폰 등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등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어 더 그렇다.
단자회사가 은행으로, 다시 은행과 비은행 등 계열사를 여럿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항상 중심에 서 있었던 산증인이 바로 김 회장인 점도 이같은 비은행 발전, 이종산업 융합에 대한 포부에 시장의 관심을 쏠리게 한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을 받침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금융그룹에 실제로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은 HSBC(보험), UBS(자산운용), SK텔레콤(카드업) 등 많은 금융 내외, 국내외의 내노라 하는 파트너들과 협력의 맞손을 잡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비은행 부문은 선진국 금융의 노하우를 수입하는 일에 있어서나 이종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아직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적 부진이라든지 각종 잡음 등이 끊이지를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나온 이종 융합의 꿈 인삿말은 하나금융그룹 주주들에게는 어젠다로서 훌륭할지는 몰라도 임직원으로 일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무리한 주문이 될 수도 있다. 1994년 구미호의 구슬신과 2010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구슬신이 갖는 차이를 떠올려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KB금융 어윤대 회장이 학자적 식견과는 상관없이 KB금융 입성 직후 M&A에 대한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어 회장의 꿈과 상상력 역시 누구 못지 않게 크지만, "KB는 비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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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체제 도입 등 항상 신선한 상상력을 실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하나금융그룹, 그간 성장에 거침이 없었던 하나금융이기에 현재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규모의 함정'이 가져올 부작용 신호들, 그리고 이를 아랑곳않고 계속 질주할 경우 추가로 닥쳐올 부작용들이 더욱 우려된다. 기술력이 받쳐주지 않은 상상력만 풍부한 장면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키듯, 체력이 못 받쳐주는 꿈이 유망한 기업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은 별로 유쾌한 상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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