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성희롱 발언 및 아나운서 직업 관련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2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 고깃집에서 서울 소재 모 대학 남녀 대학생 20여 명과 저녁을 먹었다. 이들은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로, 강 의원은 이들과 친밀감을 높이거나, 나름대로 팁을 준다는 생각으로 문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 의원은 “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해주겠다.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등의 여성 외모와 관련된 문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화제가 대학생의 장래 희망으로 옮겨가자 강 의원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는 것. 이 같은 발언은 통상적으로 ‘성접대를 할 수 있느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니다” 강변 나선 강 의원 소송 등 시사
하지만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에 나섰다.
문제의 아나운서 발언 등은 기자와 아나운서를 비교해 기자가 낫다고 발언한 것뿐 성적 발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고 끝까지 밝힐 것”이라면서 법적대응 등을 시사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는 데 대해 진화를 시도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강 의원의 이런 입장과 달리, 관련 정당이나 직역에서는 발언 자체와 이 같은 표현이 나오게 된 저변의 의식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강 의원을 제명 결정했다. 여론 악화를 우려한 당이 도마뱀 꼬리를 서둘러 자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아나운서연합회는 고소장 접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는 21일엔 한나라당 신임 대표인 안상수 의원을 찾아가 항의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강 의원 파문은 변희재 전 브레이크뉴스 편집장의 ‘몸 파는 여기자’ 칼럼 필화의 흐름을 여러모로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 |
||
| <사진=브레이크뉴스 변희재 전 편집장은 여기자 성접대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변 전 편집장은 해명글을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 역시 사과의 뜻이 부족하고 자기 변명에 급급하다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 ||
당시 변 전 편집장은 브레이크뉴스에 올린 칼럼을 통해 연예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을 제기(2004년 9월 24일자)했다가 여론의 질타 대상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초 이 글의 취지는 연예 저널리즘이 직면한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 하지만 변 전 편집장은 이 칼럼에서 연예 뉴스가 스타 소속 거대 연예기획사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지 기자들이 스타를 인터뷰할 때 매니저들에게 뒷돈을 챙겨준다. 매니저가 여기자에게 몸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고 주장해 ‘여기자=성접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이 글은 네티즌들은 물론 해당 직역 종사자(‘여’기자들 뿐만 아니라 연예 기자 전반)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관련 취재와 인터뷰 기사 등이 보도되고, 변 전 편집장은 다시 글을 올려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노컷뉴스에는 여기자의 공개편지가 실리는 등 파장은 상당 시간 계속됐다. 이는 해명글에서도 변 전 편집장이 사과의 뜻 외에도 “전체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서 단 한 건의 경우도 없다는 답을 내지 않을 바에야 이런 진위공방은 무의미하다고 본다”는 등 발언을 전부 철회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지를 남겼기 때문.
노컷뉴스의 공개편지는 “단순히 들었다는 연예 현실의 예, 그것도 ‘여기자가 몸 파는 사례’는 그가 그렇게 중요하게 주장하는 논지보다도 더 파장이 클 거라는 것을 과연 변희재 씨만 몰랐을까?”라고 애초에 설사 맥락이 그게 아니라 해도 성적으로 문제 여지가 다분한 표현을 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파장이 확산되자 변희재씨는 장문의 글을 올렸지만) 상처받고 마음 아파하는 수많은 여기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가 아닌 마치 연예 저널리즘을 구해내겠다는 자기만의 계몽자적 태도, 자기 잘났다는 식의 그의 글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취재과정에서 밝혔던 자신의 논리와 기사 송고이후 번복되는 발언들, 교묘하게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 하는 것…그의 장문 글 어디에도 정확한 사실과 근거 없이 글을 썼다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없다”면서 입장 해명 등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 의원 역시 발언 자체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발언이 존재했다면, 많은 부분에서 변 전 편집장 못지 않은 궤적을 그리게 될 전망이다.
우선 뉴스 취재와 보도전달 기능을 하는 언론 종사자에 대해 성접대 관련 발언을 해 곤욕을 치렀다는 점에서 변 전 편집장 사건과 공통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취재와 전달 기능 종사자에 대한 ‘본질적 불신’을 담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해당 직역 종사자들의 명예감정을 최악으로 손상시켰고, 이로 인해 격분을 산 양상도 유사하다.
![]() |
||
| <사진=프라임경제 임혜현 기자> | ||
이는 변 전 편집장이 본의가 아니었다면서 사과글과 ‘핵심’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하자고 당부한 글에 여기자들이 여전히 “발언 번복과 교묘한 합리화”라며 아쉬움을 남긴 부분과 유사해, 여러모로 변 전 국장의 사건처럼 강한 반발과 충분하지 않은 해명과 사과 논란을 남긴 마무리로 강 의원 발언 논란이 진행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하겠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