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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독나무 G마켓이 맺는 황금열매는 필요없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7.18 16:12:10

[프라임경제] 신세계유통연구소가 금년 초 내놓은 보고서가 흥미롭다.

이 '2010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를 펴내면서 신세계유통연구소는 유통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RISE’를 꼽았다. R(Recovery)는 경기회복에 따른 중산층의 백화점 복귀, I(Innovation)는 대형마트의 성장정체 극복을 위한 혁신, S(Scale)는 복합쇼핑몰 등 쇼핑공간 대형화, E(Economy)는 장기불황에 대응하는 경제성, 결국 온라인 상거래 전성시대를 가리킨다는 설명이 유력하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불경기 극복(더블딥 우려 해소)과 맞물려 소비심리가 본격회복되면서 닥쳐올 유통대전과 관련, 특히 눈길을 끄는 핵심키워드는 '온라인 상거래 전성시대(E)'와 '대형마트의 성장정체 극복을 위한 혁신(I)'이라고 꼽고 싶다.

'대형마트의 성장정체 극복을 위한 혁신(I)'은 대형마트 가격할인의 배경으로 한다고 할 수 있고 '온라인 전성시대(E)'의 경우엔 인터넷 쇼핑몰의 전성기 실현이라는 황금열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약진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올해 인터넷 쇼핑몰의 매출이 백화점의 그것을 뛰어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고, G마켓, 11번가 등을 위시한 인터넷 쇼핑몰 시장 전체의 성장률은 15%대에 이르리라는 전망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결정은 이같은 황금열매에 대해 본질적 의문과 우려를 품게 한다.

G마켓은 시장 우월자의 지위를 남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그간 한껏 받아왔다. 2008년 공정위가 합병으로 인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등장에 대한 심사를 할 때부터다. 당시 김&장은 인터넷 쇼핑몰의 시장특수성을 감안해 달라는 요지의 주장으로 공정위를 공략했다. 백용호 당시 공정위장은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판단하겠다"는 2008년 8월의 의미심장한 발언 끝에 고뇌의 찬 결단을 내렸다. 조건부 승인이었다.

하지만 G마켓은 경쟁사 11번가와 거래를 하지 말도록 중소 판매업자들을 압박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횡포를 참지 못한 경쟁사로부터 고발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고발 내용에 따르면 2007년 국내 기업이던 당시의 G마켓이 엠플을 방해한 사건보다 위법 규모가 훨씬 크다.

G마켓은 1000만원의 과징금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식 재판으로 갈 여지가 높아 보이는 발언이다.

이같은 G마켓의 행보를 보면 미국에서도 이미 2002년 미 증권위원회(SEC)와의 충돌 등 여러 번 반독점 등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모습과 겹친다.

미국 이베이 자체가 어느새 '여자친구에게 줄 멋진 캔디 박스를 구하기 위해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창업 정신이 숨쉬던 공간에서, 문어발 논리가 침투한 대기업으로 변질된 게 아닌가 우려를 사는 것처럼, 이베이가 국내에 진출한 교두보인 G마켓 역시 같은 독에 물들고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독이 퍼진 G마켓이 우리나라 오픈마켓 시장을 이끌고 있는데, 이런 기업이 주축으로 만들어 갈 온라인 상거래 전성시대를 우리가 마냥 즐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 법정에서는 잘못된 일에서 파생한 증거(불법인 일로 얻은 증거)는 아무리 유용한 것이어도 배척한다는 독수독과 이론이 통용되고 있다. 독수독과이론(Fruit of the Poisonous Tree Doctrine,毒樹毒果理論)은 Silverthorne Lumber Co. v US (1926) 사건 이후 확고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단 증거법상 논리로서 뿐만 아니라 법과 정의를 논하는 경우에는 이 이론과 맞닿아 있는 각종 이론들이 이름과 구조를 다소 달리해 통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물건너온 '이베이G마켓'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공정위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복 소송 가능성을 떠올린다. 아마 SEC의 공세논리도 깨뜨리고 유유히 빠져나간 바 있는 이베이로서는 이같은 소송을 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정 공방전의 득실은 계산할 줄 알지는 몰라도 정작 이베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합병 당시의 우려를 현실화시키는 행동을 거리낌없이 자행하는 거대기업 이베이, 그리고 언론에 공정위 결정 당일에 이해 불가 운운하는 발언을 내보내고 있는 G마켓 관계자를 우리 나라 소비자들이 독나무 쯤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G마켓과  이베이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 나라 오픈 마켓 전반의 질서에 해악을 가할 독성 가득한 나무로 보이게 됐으며, 그리고 이로 인해, 이들이 주도적으로 우리 한국에 가져다 줄 '온라인 전성시대(E)'의 열매가 아무리 달콤해도 많은 소비자가 이를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면 기우일까? G마켓의 겸허한 결정 수용 자세와 석고대죄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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