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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노무현스러운(?) KB어윤대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6.16 16:57:14

[프라임경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이겨 대선 후보가 됐을 때의 일이다. 주요 언론은 변방에서 급성장, 중앙 정계의 핵심에 접근한 노 전 대통령에 주목했다. 그의 저력과 사상적 배경, 행동패턴 등은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일부 언론은 그의 학교생활기록부까지 추적해 이를 조명하기도 했는데, 중학교 시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중 '경솔하다'는 평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지적, "그의 경솔함이 개혁의 실패로 귀결된다면, 이는 그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에게 상처가 될 것"(가령, 시사저널의 서명숙 당시 편집장의 견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인은 대선후보 시절 몇 가지 구설수에 올라 지지율 급락을 경험하기도 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다소 경솔한 발언으로 여러 번 정치적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고인의 시도와 발언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지만, 발언 태도나 적절찮은 타이밍 등은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켰다. "노무현스럽다"는 평이 부정적 이미지를 담게 된 것도, 일부에서는 욕처럼 쓰이기도 한 것 역시, 그의 경솔한 언행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안타까운 지적이 많다. 여기에, 그의 소신이 때로 고집과 독선으로 변질, 가미되면서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캐릭터 논란은 그의 집권 기간 업적을 상당 부분 침식하기에 충분했다.

15일 KB금융의 차기 지주회장 내정자로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내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예를 들어, 월스트리트 저널) 그를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라고 표현하는 등 그를 '관치 금융의 화신' 내지 '정부 의중을 (업계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가진) 특정 민간기업에 반영시키는 데 첨병역을 할 수 있는 인사'쯤으로 생각하는 의중을 굳이 행간에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외신의 무례함에 있는 게 아니고 어 전 총장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외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여러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 전 총장은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 언론의 지적)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를 정면으로 여러 번 건드리면서 부정적 시각을 즐기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16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어 전 총장의 발언은 공세적이다 못해 경솔하기까지 해 보인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을 더하는 문제에 대해 소신을 가진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재주와, M&A 대전의 또다른 주체인 하나금융지주를 무시하기도 한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그간 얼마나 다각도로 이 문제를 접급해 왔는지를 전혀 감안하지 않는 태도다.

발언 중 일부를 살펴 보자. 그는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사업 다각화가 잘 되어 있어 시장에 나오면 조건을 보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일부에서 무조건적인 우리+KB 시나리오 우기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조심성은 여기가 한계였던 듯 싶다. 그는 "외환은행은 증권, 투신을 갖지 않고 있어 관심이 없다"고 스스로 우리금융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고, (혹시 뛰어들어야 할 수 있는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상대적으로 위치가 불리해질 수 있는) 무관심을 과시했다.

더욱이 "현금이 5~6조원 정도 필요해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은행도 없다"고 말해 자신감 피력을 넘어선 위험한 사고관을 드러냈다. "하나금융지주를 돈도 없이 M&A 시장에 기웃거리는 파렴치한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쯤되면 경솔함과 독선이 수준급이다. 그는 이미 독선과 지나친 과단성으로 주변에서 배척받은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 있다.

고려대 총장 연임을 못한 데 대해서 내부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개혁 피로감'이다. 어 내정자가 대학총장으로서 독단적 학교운영을 했다는 우려가 높아졌던 것. 특히 학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어 강의 비율을 무리하게 높이도록 밀어붙였고 고려대 최초의 '재학생 출교 사태' 때에도 문과대, 사범대 교수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지만 어 내정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신에서는 이 대통령의 친구임을 강조하고 관치 금융 우려를 제기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이 대통령의 향기보다 노 전 대통령과의 유사성 냄새가 더 짙게 난다고 할 수 있다.

   
   
 
경솔하게 자신(이 이끄는 금융지주)의 M&A 전략을 사실상 외통수로 한정해 버리는 태도와, 상대방을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는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당시의 경솔함을 우려한 일부 언론 지적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가 행여나 경솔하고도 독선적으로 굴다 은행 M&A 대전을 망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의 많은 장점보다도 그의 단점이 더 눈에 밟힌다. 보라, 벌써부터 그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주식을 팔아 KB금융 주가가 하락 중이지 않은가?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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