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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김용철 반박문'이 애처로운 까닭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13 17:30:22

[프라임경제] 삼성 측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 비판하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고 해 화제다.

12일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은 사내 인트라넷 '미디어 삼성'에 '삼성 임직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장문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커뮤니케이션팀은 '북한과 같은 근로 조건'이라든지 '감시와 도청' 문제, '비자금' 조성 논란 등에 대해 상당한 공을 들여 반론을 제기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9·11 테러 직후 낸 '돌발사태와 기업의 위기대응'이라는 보고서를 연상케 하는 대응이다. 이번 커뮤니케이션팀의 글은 상당한 노력을 들여 문제의 책을 샅샅이 읽고 분석한 뒤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이 위기대응 보고서에서 연구소가 언급한대로 사건·사고에 적절히 대응할 때 필요한 여러 대응 요령과 핵심수단들이 돋보인다.

하지만 정작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간과한 것이 있어 글의 완성도를 해치고 있고 스스로 산하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 성과를 현실에 접목시키는 데에도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대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경영권 방어 등을 목적으로 해 물려받은 돈이라며 비자금이 아니라고 하는 강변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차명재산을 두는 자체, 일부를 부정한 목적(검사 등 고위공무원을 '관리'한다든지)에 사용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통상적으로 보는 비자금에 해당한다는 것이 일반상식에 가깝지 않을까? '여러 가지 사정'이라든지 '미처'라는 말을 사용하며 돈의 연원과 그 실명화 이전의 과정을 미화하는 것은 '물타기'에 다름아니다.

물론 일부 임원단의 실명이 거론된 점, 반론을 펼 기회를 갖지 못하고 명예훼손 대상으로 떠오른 점은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의 우려가 옳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일부 전현직 조직원에 대한 고민은 그룹인 삼성의 몫이 아니며, 떡값 검사 명예훼손 건처럼 개인이 소송을 제기해서 해결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생각되어 역시 본질에 문제가 있다. 아울러 가장 큰 위기 대응 미덕인 '신속한 초기 대응'면에서 늦었기 때문에 이 인트라넷의 문제제기는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는 별로 좋은 예가 아니다.

아울러, 사고를 공개한다는 위기관리 대응의 핵심에서도 이 글은 많이 벗어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글이 삼성의 치부를 들추는 중에 일어난 (상당수) 문제에 반박하는 '각론'에 있지 않고,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이라는 특별법이 나올 정도로 삼성이 걸어온 과정에 대한 반성이라는 '총론'에 대한 고민이 별로 녹아 있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삼성 인트라넷에 올라온 이 커뮤니케이션팀의 글은, 위기 관리의 상당한 기교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삼성경제연구소가 2001년 보고서에서 언급한 가장 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를 재도약 계기로 활용'이라는 미덕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반성이 녹아 있지 않은 변명이라 감동을 줄 수 없고, 결국 그래서 대외적인 소송이나 책의 배포 금지가 아닌 사내 인트라넷에 띄운 '우리끼리 푸념'을 택한 게 아닌가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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