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국의 처칠 수상은 2차 대전 중 다수의 명연설을 남겼고, 그 중 많은 연설들이 회자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1940년 6월18일 하원에서 한 것이다. 이때는 독일 전차 군단이 프랑스를 함락시키는 게 기정사실화돼, 이제 영국이 홀로 독일에 맞서야 하는 어려운 사정임을 국민들에게 인지시켜야 하였을 때다. 가장 중요한 원군인 미국은 아직 참전을 미룰 때이고, 자칫 영국섬을 포기하고 식민지로 왕실이 도망쳐 항전을 독려해야 할 처지였다.
이를 위한 돌파구로 처칠 수상은 이 최악의 위기를 '가장 좋은 시간(The Finest Hour)'이라고 표현하면서 저항의 의지를 다짐한다. 영문학에서 명연설로 종종 언급되는 문장인 "과거와 현재가 싸우도록 버려두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요지의 대목도 이 연설의 일부다("If we open a quarrel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we shall find that we have lost the future.").
최악의 시기, 고난의 행군이 분명한 때를 언급하면서 이를 최상의 시기로 이해시킨 것은 어떤 기법으로 가능했을까? 처칠 수상은 교모한 언변으로 상황을 '포장'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와 현재(의 모순 상황)가 싸우도록 내버려 둘 수(그래서 미래 가치를 잃을 수) 없으며, 영국인들이 이렇게 분연히 맞서 현재를 헤쳐 나가면 위기극복은 가능함을 설명하고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우리의 의무와 한 덩어리로 묶어세우고 다짐하자. 만약 대영제국과 연방이 천년간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이때가 그들의 최상의 시간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수상의 솔직한 연설에 이어 귀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일반시민계급과 같이 의무를 나눠지는 모습을 보여 신뢰감을 형성했다. 이런 믿음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최면을 '믿음'의 차원으로 승화시켰고 실제로 힘든 항전 기간을 버텨내는 원동력이 됐다.
듣기로, 교보문고가 광화문점 리뉴얼을 결정해 4월부터 넉 달간 문을 닫는다고 한다. 6월 1일 창립 30주년을 맞는 교보문고로서는 고객 편의를 위한 대대적 변혁을 위한 조치라고 이번 일을 설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출판계의 반응은 그렇지가 않다. 광화문점이 사회서적, 인문서적 등 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커 이렇게 장기간 문을 닫는 게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상당수 출판사들이 보이는 반응이 패닉에 가깝다는 평도 나온다. 출간 시점을 늦추는 책들도 상당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마디로 오프라인 서점 하나가 문을 닫는 상황 때문에 출판계가 호들갑을 떠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많은 이들은 그 원인을 교보문고와 교보 광화문점이 갖는 상징성에서 찾는 것 같다.
하지만 'No. 1 서점의 장기 부재', 이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매출은 이미 온라인서점들에게 상당 부분 잠식당하고 있고, 2004년 첫 매출 감소를 선언했을 정도로 이미 독보적 위상은 꺾인 상태다. 더욱이 광화문점은 1990년에도 이미 한 번 리뉴얼을 위한 휴점을 경험한 바 있다. 이때는 약 1년을 닫았으니까, 이번 4개월과 기간상 비교도 안 될 뿐더러, 여러 대규모 매장을 새로 오픈(근래에 문을 연 부산 센텀시티점은 단일층 기준으로는 광화문점 바로 다음이라고 하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역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각 대학점이 생긴 것도 그간의 성과다.)
교보문고가 마음먹고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출판계에 자신의 사정과, 여러 불편이 막대할 것이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함께 이를 감수해 달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시킬 수 있었고, 이를 위해 몇 군데 여러 거점을 설치, "교보가 아니면 이런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인문서적 출판업자 등을 배려할 수 있었다.
더욱이 교보문고가 교보생명측에서 그 비싼 땅에 서점을 처음 열었던 '창립 정신'을 한번쯤 되새겼다면 그렇게 배려를 하였어야 옳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상황에 대한 교보문고의 관련업계 배려는 아마도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결 과가 바로 출판계(그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나 가벼운 읽을거리류가 아닌 교보 광과문점이 아니면 곤란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출판사들)의 패닉 현상이다. 간단히 말하면 같이 가자는 감싸안음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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