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가정보원에는 충혼탑이라는 위령상징물이 있다. 이 탑은 공무와 관련 순직한 직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 탑의 주인공들 중 절대 다수는 해외 파트에서 일하던 직원들로, 이들 중 또 다수는 우리 나라가 중동 지역에 진출해 외화 획득을 노리던 시대에 이른바 ‘정지 작업’차원에서 일하다 열사의 땅에 뼈를 묻은 직원들이라고 한다.
국정원, 그리고 이 기관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중앙정보부 시대를 일별하면 대체로 권력 기관, 정권 안보의 첨병, 민주주의의 억압 도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아울러 이 이미지에 일정 부분은 이런 기관의 위세를 등에 업고 주요 정부기관, 언론사 등에 파견된 I.O.(정보관)들이 행패를 부리던 에피소드들에 뿌리를 두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이 기관이 그나마 오늘날까지 위상과 존재의 불가피성을 인정받는 데에는 이처럼 부정적 기관의 이미지와 이런 역할에 안주, 혹은 이를 오히려 기꺼워 하며 권력자와의 긴밀함을 즐기던 ‘남산의 부장’들과 그 밑의 부하직원 중 다수가 저질러온 어두운 과거보다 몇 안 되는 ‘소금’같은 직원들의 역이 컸던 셈이다. 그들 중 가장 대표적인 예들이 바로 이러한 충혼탑의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충혼탑에는 정작 순직 직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다. 직무 보안을 위해 사후지만 이름을 새개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국정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이들의 업무 역량, 국민의 신뢰감(이 혹시 존재한다면) 등은 모두 이 이름도 없는 이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금융지주의 중심기업인 국민은행에서 IT부문 간부 N모 씨가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과 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설 연휴 직후에 터져나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은 국민은행의 IT 정책에 관련, 곪아온 여러 문제가 한 번에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시스템의 본 가동에 앞서 국민은행은 혹독한 강도의 점검 일정을 달려왔다. 이런 가운데 N 팀장 등에게 금융당국의 압박감이 가해졌다는 설이 부각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 사외이사 외압설’ 때문이다. 당초 주전산시스템으로 채택됐던 유닉스 기종이 IBM 메인프레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당시 변보경 사외이사의 외압이 있었는가 뒷말이 나돌았고, 이것이 금융당국에서 국민은행 내 IT 관련 인력에 대해 조사를 혹독히 하는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것.
이런 난관들, 그리고 차세대전산시스템 도입에 따른 당면 과제 해결에 매달려 왔다고 해서 이들 IT 관련 부서 인력에 대한 대접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는 소리도 있다.
KB금융지주회사 산하에는 IT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이 있다. 문제는 이 회사를 IT셰어드서비스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지주사가 강구하면서 600여명에 이르는 국민은행 내 IT 인력들이 이 회사로 인사이동 되는 안이 추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민은행 IT 인력들 앞에는 이번 일 후에 IT인력 재배치 차원에서 인사 조치까지 당하는 기구한 운명이 있었던 셈이다.
![]() |
||
국민은행에 앞서 차세대 전산시스템 교체와 가동을 마치고 난 다음 시간을 내 충혼탑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이번 일에 힘을 합친 여러 부서간 ‘협업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정직한 일일 것 같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