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라고 하는데, 아마 명지대 여가학과 김정운 교수도 지금 삼성전자 옴니아2와 애플 아이폰의 신경전(이라기보다는 삼성의 마케팅 공세)을 보면서 이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의 상륙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지나친 비교 및 흠집내기와 애국심 호소 마케팅을 펴고 있다는 점 때문에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 측은 “이렇게 14가지(중요한 기능이)나 안 되는데 어떻게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옴니아2의 기술적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태극기를 큼지막하게 박은 옴니아2 홍보 현수막을 걸고 영업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갑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공격적 광고에 대해 ‘손톱 드립’(손톱으로 남을 긁는다는 뜻)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태극기 현수막에 대해서도 애국심에 기댄 감정적 마케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조립만 한국에서 하지 않느냐”면서 “그럴 바엔 마산에 공장이 있는 노키아를 쓰는 게 진짜 애국자”라는 비판글도 나온다.
이렇게 날선 비판과 비웃음을 사는 것은 왜일까? 삼성전자가 애플이 거느린 수많은 매니아층이 형성된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 저서에서 삼성전자가 어줍짢은 애국심과 기술력 주장만으로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해온 대표적 인물이 김정운 교수다. 김 교수는 “독일에서 컴퓨터를 쓰던 때부터 삼성전자 모니터만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귀국해서도 소니 노트북 대신 삼성전자 노트북만 썼다”고도 회상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용산 전자상가에 갈 때마다 소니 매장에 자꾸 발걸음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 이건 소니 ‘바이오 노트북’만큼 쓰는 즐거움을 삼성의 그것이 못 주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미 전부터 김 교수는 기술력이나 애국심만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듯 하다.
삼성전자가 옴니아2 마케팅에 이 같은 전술을 꺼내 들었다가 냉소적 반응을 자초하는 것은 이미 전부터 예견돼 있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삼성전자는 그리고 삼성그룹은 예견하지 못했을까? 아니다. 아마 예상은 하면서도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뒤쫓아 가서 역전하는 모델에만 익숙하던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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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삼성전자가 이번 스마트폰 경쟁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은 창의력과 독자적 생존력이 없는 기업은 기술력만으로(그것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최고 수준의 번영을 구가하기 어렵다는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삼성, 잘못하면 구멍가게 될라”라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CES 방문 소감이 그저 일반적 신년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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