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KB금융의 '페퍼민트 시나리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22 09:20:10

[프라임경제] KB금융지주가 거센 바람이 시달리고 있다. 우선 황영기 전 회장이 물러난 과정에도 금융 당국의 외압 논란이 있었던 데다, 이 공백을 노려 차기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던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역시 당국의 압박 때문에 차기 회장직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철휘 캠코 사장이 'KB사외이사들의 토착세력화 의혹'을 주장하면서 회장 후보직 사퇴 카드를 먼저 꺼내든 데다, 사외이사제 개선안, 강도높은 예비검사 조치 등 여러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회장으로 누가 선출될지, 그리고 이 수장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경우 등장하기 쉬운 논리가 바로 '관리형 CEO 체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한나라당이 박희태 전 대표 체제로 이런 경험을 했고,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역시 색깔과 지지도 면에서 리더십이 약한 관리형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돈다. 유사 케이스는 방송가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친노 연예인이라는 라테르가 붙은 가수 윤도현이 방송에서 하차하고 그 다음 주자로 프로젝트 그룹 토이로 유명한 가수 유희열로 넘어가기 전, 막간에 등장한 '이하나의 페퍼민트'도 이런 사례로 꼽힌다.

이하나의 MC직 발탁, 더욱이 음악 전문 프로그램의 진행자 선출을 놓고 일각에서는 돌연한 전임자 사임으로 인한 여론의 지탄을 막기 위한 방송사측의 고육지책적 징검다리 내지 방패로 봤다. 실제로 이하나의 진행 솜씨에 대해서는 비판론이 많이 제기됐던 바 있고, 결국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후 등장한 유희열에게 향할 화살을 상당수 대신 맞는 데 역할론이 주어진 것이라는 일부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번에 KB측, 더 정확히는 강정원 대행측의 방어능력과 정치적 감각은 상당한 수준임이 입증됐다. '수검일지 유출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유출 당사자는 친강 인사라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바 있음을 겹쳐 이번 사태를 보라) 야당을 사실상 수족 부리듯 하였고, 이로 인해 처음엔 강경 대응으로 갈 듯 하던 당국은 약간 물러서는 모양새다.  

결국 차기 KB금융 회장에 당국이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한 인사가 들어서되, 강 대행(국민은행장)은 은행장으로서의 임기(10월까지)를 마치는 것을 보장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 더 행장을 하는 '시나리오'로 일이 풀릴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 들어설 차기 회장은 그럼 어떤 인사일까? 우선 상당히 친정부적 인사가 들어올 것은 기본 전제로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친이 인사를 앉히는 데엔 당사자나 당국, 그리고 그외의 여러 요로 모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이때 등장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바로 '관리형 인물'을 '잠시' 세우는 것이다. 즉 'KB의 페퍼민트'가 '편성'되는 것. 우선 무난한(그러나 전문성이나 조직 장악력은 다소 떨어지는)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KB에 부임한다. 이 인사는 1년 정도만 짧게 근무하고, 거물이나 실세에게 자리를 다시 양보한다. 그러면 관치 금융 논란도 잦아들고, 강 행장으로서도 은행이 절대적 권위를 갖는 지주사 특성상 칩거하면서 다음을 노린다.

이는 '이철휘 논란' 등을 감안할 때 더 설득력이 높아진다. 이 사장이 캠코 임기를 시작한 것은 2008년 1월, 즉 임기 만료는 2011년 1월이 된다. 정권과 가깝다는 의혹을 받는 그가, 더욱이 현행 KB 사외이사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말을 던지고 회장 후보직을 포기한 그가 이번에 바로 등장하기는 체면이 안 설 수도 있다. 하지만, 2010년 한해 정도 관리형 수장이 등장했다가 바로 '이철휘 체제'가 들어선다면 어떨까? 캠코에서의 임기를 모두 채우는 것은 기본이고, 차기 정권이 혹시 민주당 등으로 넘어갈지라도 2년 정도는 KB금융 회장직을 해 볼 수 있다는 옵션이 붙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가 된다.

강 대행은 기자들에게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하기 바쁘지만, 이를 믿지 않은 이들이 여러 문제로 인해 많다. 명동 KB금융 본사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때리는 관치금융 논란 삭풍의 강도가 확연히 떨어지지 않는 한, 이런 KB 페퍼민트 시나리오가 유언비어만으로 치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