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된 이벤트 건이 있었다. 이 이벤트는 빨간모자 피자와 함께 하는 것으로 고객들이 전달된 문자를 해당 업체 매장에서 제시하거나, 배달온 직원에게 카드 결제를 하면서 제시하면 가격의 15%를 할인해 주는 '깜짝 행사'였다.
물론 이런 이벤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고객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고 적립점수인 '포인트리' 사용의 길도 열어주는 데다, 결론적으로는 카드 브랜드에 대해 충성도도 높일 수 있어 서로 윈윈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에서 KB비씨카드와 KB기업카드는 제외됐다는 점은 걸리는 대목이다.
KB기업카드는 법인용으로 발급되는 카드다. 그런데 왜 이들 사용자가 제외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경영학에서 논하는 마케팅 기본 개념인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로 대입해 보면 한 개 이상 영역이 빠져 불균형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목표를 합리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마케팅 경영자가 일정한 환경적 조건을 전제로 하여 일정한 시점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선정한 마케팅 수단들이 적절하게 결합 내지 조화되어 있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들이 바로 마케팅 믹스다. 마케팅 믹스의 구성요소는 마케팅 관리자가 통제할 수 있는 여하한 수단이다. 미국의 매커디 교수는 마케팅 믹스의 구성요인을 4P라고 하여 제품(product)·장소(place)·가격(price)·촉진(promotion)을 들고 있다.
그런데, 이번 빨간모자 이벤트는 바로 이 촉진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소는 일단 논외고(배달로 편의성을 제공하니까), 제품이나 가격 등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촉진 방식에서 대상을 제외함으로써, 상당한 불만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자. KB카드가 소속된 KB금융지주는 전반적으로 KB국민은행 비중이 너무 높은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을 그간 많이 받아왔다. 아울러 은행 비중이 아주 큰 상황에서도, 서민금융을 주로 하던 국민은행과 서민주택마련을 지원하던 주택은행이 합쳐져 오늘의 국민은행이 돼 극히 개인금융에 강세를 두고 있다는 평가도 따라붙었다.
그래서, KB금융지주는, 최근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이 와중에서 카드와 증권 등을 강화하고 보험 영역까지 손아귀에 넣어보려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카드사에 등록된 소중한 고객 중 기업 고객인 법인 카드 사용고객을 행사에서 제외하면서, 그 옆에서는 기업 금융 강화라느니 하는 자체는 모순 아닐까?
물론 기업 고객인 법인카드 사용자들은 피자 한 판을 싸게 산다고 당장 감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행사의 지출 비용이 커질 것으로 볼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법인카드 사용자가, (주로 비서실 등 한참 아래 부하이겠는데) 회사 직원들을 위해 피자 한 판을 살 기회를 고려에 넣지 않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자를 사면 100판을 사겠나, 그렇다고 200판을 사겠나?
이렇게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를 갖고 기업 금융에서 이미지를 깎는 게 누적돼 지금과 같은 현상을 만성으로 만들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잖아도 국민은행은 이제 좀 기업 금융이 강화돼 가는 재미를 느껴 고무되고 있는 상황이다. KB카드 내부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계열사들과 지주사의 이같은 로드맵과 욱일승천 기세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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