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5일(현지시간:우리 시간 주말인 16일) 뉴욕 증시가 다우지수만 10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마감한 데에는 JP모건 쇼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를 위시한 은행들의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돼 금융주를 중심으로 하락 마감한 것이다(이날 다우 지수는 전장대비 100.9포인트 떨어진 1만609.65로 마감).
미국 상위 4개 은행 중 하나로 인정받는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4분기 32억8000만달러의 순이익, 74센트의 주당순이익(EPS)을 거뒀지만,매출액은 252억4000만달러로 전망치 262억1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또 신용카드 부문은 여전히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JP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당황한 데다, 이 여파가 증시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럼 미 은행계 더 나아가 증권가까지 금융 전반을 실적 발표 한 방에 흔들고 있는 이 JP모건체이스은행의 위상은 어디서 오는가? 존 피어몬트 모건(흔히 J.P.모건으로 씀)과 그가 남긴 금융기업 JP모건을 빼놓고 미국 금융사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J.P.모건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에 이미 모건 집안은 '애트나 생명'을 필두로 한 보험업과 부동산 투자, 고리대금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고 이 자양분을 토대로 금융제국을 꽃피운 인물이 바로 J.P. 모건이다. 1856년 금융계에 진출한 J.P. 모건은 얼마 뒤인 1861년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총기류와 군화 등을 취급하는 무기 중개업자로 나서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군산복합체'의 출현인 셈이다. 철도와 통신에까지 손을 뻗은 것도 그의 시대에 이뤄진 치적이다.
물론, J.P. 모건은 미국 금융계를 1907년 공황정국에서 건진 '구원투수'로도 기억되고 있다. 1907년 연초부터 위태롭던 증시는 결국 그해 가을 폭락장으로 치달았다. 이때 정부도 손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J.P. 모건이 수습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그 구원투수역에 대해서는 배경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는 "나는 대중에게 아무런 빚도 진 게 없다"고 공언하고 다닌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은행은 철저한 상업적인 집단인 만큼 은행에게 공익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 것도 그였다. 그런 그가 자발적으로 금융권 위기 수습에 나선 것은 가만 있다가는 자신이 평생에 걸쳐 구축한 모건 왕국도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뿐이라는 게 훗날 사가들의 평가다.
그래서일까? 그의 후예들은 돈을 잘 알고(돈만 안다는 평도 같이 따른다), 대중의 비판 따위는 아랑곳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주가 폭락을 가져온 15일(현지시간) 우울한 실적과 함께 날아든 또 하나의 모건發 소식을 보자. 같은 날, JP모건체이스은행은 직원 1인당 37만9000달러(한화 약 4억3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했다고 공개했다. 이 같은 금액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보다 10만달러 많은 금액이다. 결국 금융회사 직원들이 과도한 보수를 받는데 대한 미국사회의 비난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음을 방증한 것이다. 우리 나름의 기준에만 맞으면 남들은 뭐라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회사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기업 하나가 경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그 기업이 가진 철학 자체로 인해 사회 전체가 상처받는 예는 비단 바다 건너 미국에만 있지 않다.
일례로 삼성그룹이 그렇다. 삼성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그 영향력, 그리고 삼성과 창업주 이병철 씨,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이중적 속성은 J.P.모건과 그가 건설한 JP모건 금융제국의 그것과 놀라울 만치 흡사하다.
삼성그룹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복 직후 한반도에 경영과 기업이라는 개념의 씨를 뿌린 생명력 강한 기업이다. 이들은 상업적 능력을 발휘해 종잣돈을 만들고 이를 투자해 우리 경제가 경공업 중심 시대에서 종합상사가 이끄는 수출기업 시대 전자 등 경박단소 기업이 중추가 되는 첨단 시대로 이행하는 시간적 흐름을 관통하면서 크게 활약해 왔다.
그러나 삼성은 이미 창립 초기부터 사카린 사건을 비롯, 여러 불미스런 기록을 남기며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자금 사건마다 다른 기업과 나란히 이름을 올라온 삼성은 급기야 '검찰 떡값 논란' 등 국가 전반을 삼성 손아귀 안에 쥐려 했다는 비판마저 받기에 이른다. 여기에 정당한 세금을 물지 않고 싸게 승계문제를 매듭지으려는 무리수를 둬,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 삼성이 사회공헌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지만, 많은 이들은 삼성에게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삼성이 헤엄치고 놀 연못 자체가 사라지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겠느냐고 박한 점수를 준다.
어느 모로 보나, 명과 암이 공존하는 삼성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사법정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1인 단독 사면'이라는 초유의 조치가 이뤄지기에 이른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사명과 함께.
이에 사면장을 받아든 이 전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박람회를 둘러보는 것으로 공식적 행보를 재개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행동과 말뿐이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그는 우리 사회 전반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훈계와 함께 삼성 역시 정신차리지 않으면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을 했지만, 어느 모로 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 어느 역할을 위해 복귀하면서 할 만한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겸손과 자숙이 전반에 흐르면서도 사회 전반에 던지는 통찰력과 자신이 분골쇄신하겠다는 각오로 점철된 발언이 아니라, 한국 사회는 이대로 가면 안 되는데, 내가 아니고 삼성이 아니면 누가 이를 제어할 것이냐는 오만이 돋보였다면 지나친 것일까?
이런 이 전 회장의 발언과 주가 폭락을 가져온 JP모건체이스은행의 비틀거림, 그리고 이도 아랑곳없이 성과급 잔치를 하고야 말겠다는 모건측의 태도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아울러, 이러다 자칫, 이 전 회장이 평창 유치에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든다. 아마도 사법정의고 뭐고 간에 이 전 회장에게 기대를 걸고 내보낸 평창 건이 실패한다면, 아마도 우리 국민들이 받을 충격과 상처는 JP모건체이스은행의 처참한 실적과 그로 인한 다우 지수 폭락 따위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치 클지도 모른다.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우리 나라 평창이 아닌 독일 뮌헨이 선택되는 게 두려운 이유는 그저 국제대회 한 건 놓치는 문제가 아니라, 삼성의 통제불능 상황과, 그 삼성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허약함으로 인한 빈혈이 그 증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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