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 나라는 휴대전화 부문에서 상당히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바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이 탄생할 무렵, 우리 나라는 휴대전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필경 미국의 모토롤라나 핀란드 노키아 같은 세계적 브랜드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90년대 후반의 정서였다. 그러나 이런 전망을 딛고 우리 나라의 휴대전화 시장은 뛰어난 기술력과 무서운 집념으로 금세 선진제국의 그것을 따라잡았다.
그 결과 팬택앤큐리텔과 엘지전자, 삼성전자 등 많은 메이커들이 세계적 수준의 휴대전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우리 나라는 세계 2위의 휴대전화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 당국자들은 아마도 애플 아이폰 등의 추격에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대구·경북을 '글로벌 모바일 클러스터'로 키우기로 한 것을 놓고 '아이폰 견제 카드'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최근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급부상하면서 우리 휴대전화 산업의 주도권이 약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실제로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클러스터 구축 비전 선포식'에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물론 KT,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고위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는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도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응전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노골적 견제 심리를 공식적으로 인정, 천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를 위해 대구·경북을 `글로벌 모바일 클러스터`로 구축키로 하고, 앞으로 5년간 민간기업과 함께 2253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금액은 1574억원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최 장관의 이같은 태도는 국제적으로 큰 분쟁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이미 대구·경북는 국내 최대 휴대폰 생산지다. 현재 대구·경북의 휴대폰 생산 규모는 연간 18조원으로, 국내 생산액의 51.1%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각종 기반 자금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신에 위배될 여지가 없지 않다. 외국의 상품, 서비스 또는 자연인간에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내국민대우원칙을 WTO 가입국은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인 애플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국내 기업에 기금을 들여가면서 스마트폰 개발 사업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소지가 있는데, 특정 기업명과 상품명을 언급하는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고급공무원으로서 특히 유의했어야 하는 대목이었다.
어쩌면 최 장관의 이같은 애국적 태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면 기우일까? 최 장관의 충심 자체를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감각에는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