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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SKT와 삼성전자가 만든 소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1.07 16:18:38

[프라임경제] 최근 SK그룹과 삼성그룹간 애플 아이폰 밀약 의혹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요는 최태원 SK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을 통한 애플 아이폰 국내 출시를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으로서는 애플 아이폰의 높은 인기(지난 12월 휴대전화 판매량에서 순식간에 애플폰이 10%를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를 외면해 버린(애플폰을 들여온 KT의 시장잠식을 내버려둔) 그룹 오너의 결단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일이다.

어쨌든, 이같은 밀약설에 대해 삼성과 SK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나 언론에서는 이 설과 이를 보도한 일부 기사들에 대해 상당한 신빙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소설같다'는 표현은 이런 때에 쓰는 것일까? 불리한 기사를 만난 측에서는 "(SF)소설 같다"고 일갈하고 싶어하는 눈치고, 이를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생각하는 측에선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소설의 정의'에 밑줄을 긋는 상황이니 말이다.

어쨌든 이런 소설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한 것은 일부 언론들이 일부 개연성 있는 정황이나 포괄적으로 양측 기업이 접촉을 해 온 관련 문제 등을 캐 조합한 효과이고, 이에 대해 있을 법 하다는 평이 어쨌든 나오는 것 자체는 일부분(구체적 비율은 다른 계제로 미루도록 하자) SKT나 삼성전자측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간 행보를 볼 때, 그리고 각 언론들이 이를 구성한 점 등을 볼 때 "그럴 것이다"라는 판단을 얻어낸 데엔 "대체 소비자들에게 평소 어떻게 했으면"이라는 실소가 뒤따라 별로 뒷맛이 산뜻하지 않다.

일단 여러 정황에 대한 점들은 보도들이 나간 바 있으니 차치하고, 그간 우리 나라에서 이동통신 역사가 시작된 이래, SK텔레콤 등 이통사들, 그리고 삼성전자 등 주요 휴대전화 메이커들이 해온 행보를 보면, 당당한 무한 경쟁 등과는 거리가 일부 있는 과보호와 과점의 혜택으로 점철된 내평성대의 산책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위피 탑재 의무화가 최근에야 깨져 이통사들이 외국산 스마트폰들이 밀려들어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국내 콘텐츠 산업 육성 및 해외 진출도 도모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위피 의무화를 지속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우리 당국이 인식은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능 많다고 비싸게 파는 제품을 이제 안사도 되겠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터져 나왔다. 기계 스팩은 다운시키고 가격은 (오히려 수출품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횡포가 사라지겠다는 전망도 나왔다. '애플 아이폰 열풍'은 '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풀이도 나온다.

애플 아이폰 열풍 원인이 어디 위피 부작용 뿐이랴. 그리고 삼성전자-SK 밀약설의 뿌리가 어디 스팩 다운 하나 뿐이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PDA제조업체인 블루버드소프트(주)가 개발한 PDA BM500 기기가 자사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네이트에 곧바로 접속하는 기능이 없자 네이트의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개통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거액의 과징금을 맞은 바 있다. SK텔레콤의 불성실한 고객 불만 응대에 화가 난 소비자가 벤츠를 몰고 통신사 본사로 돌진한 일도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극히 최근에도 KT에 압력을 넣어 애플 아이폰 출시를 지연하도록 하고 있다는 논란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KT를 통해 판매하는 '옴니아폰'은 옴니아폰이라는 별명이 아닌 제품코드로 출시, 마치 KT에서는 옴니아폰을 살 수 없는 것처럼 오인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최지성 신임 사장은 더욱 가관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출장간 자리에서 한다는 말씀이 "국내 (애플 아이폰) 열풍은 일부 네티즌들이 극성스러워서"라는 소비자 비하 발언까지 하고 있다. 어떻게 해도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의 것이고 네들이 그래봐야 우리 손바닥 안이라는 '오만의 극치' 아닌가?

이런 지경이니, 애플 아이폰이 상륙하는 교두보를 하나라도 더 저지하기 위해 이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부정적 견해가 언론 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에 퍼져 있었던 게 아닌가? 이들이 초록은 동색이라며 서로 손을 잡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개연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라.

이번 보도가 설사 소설이라면, 그런 소설의 토양을 비옥하게 해준 건 다름아닌 SK텔레콤과 삼성전자다. 이건 두 회사의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소설 창작 지원하자고 생긴 회사들도 아닐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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