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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워크아웃 금호, 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31 11:46:37

[프라임경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자산규모 37조1000억원, 계열사 48개사의 재계 8위 그룹은 이번 일부 계열사 워크아웃으로 위신 손상을 겪게 됐다.

이번 위기는 당초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재계순위 10위권 밖을 맴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끌어들임으로써 순위 도약을 이뤄냈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자금 동원에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한 ‘위기 시나리오’ 없이 추진된 그룹 경영이었던 셈이다. 결국 대우건설 풋백옵션이 행사되게 되면 자본잠식을 당하게 되는 상황까지 예상되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연말을 일부 계열사 워크아웃이라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워크아웃은 단순히 대우건설을 삼켜 초래된 ‘승자의 저주’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확장 등 정도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 1946년 4월7일 자본금 17만 원으로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를 사들여 광주택시를 설립한 데서 연원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8년 금호고속(당시 광주여객 설립에 이어, 1988년 박성용 명예회장의 주도로 항공업에 진출했다. 박삼구 전 회장이 지난 2002년 9월 취임한 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면서 확장 경영이 이뤄졌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같은 욱일승천에 여러 번 잡음이 있었던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우선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동원과 풋백옵션 설정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2008년에는 금호타이어와 손을 잡고 있던 쿠퍼타이어가 풋 옵션 행사를 고지한 바 있다.

금호 측이 쿠퍼타이어를 대신할 외국인 투자자를 물색해야 되는 상황에 몰린 것도 제대로 된 제휴를 하지 못한 데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다. 애초 전략적 제휴를 자처했던 세계8위 타이어업체인 쿠퍼타이어가 3년만에 탈출한 것은 여러모로 금호타이어에 상처를 남겼다는 게 정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시아나항공 설립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정도 경영이 아닌 정치자금에 의한 사생아라는 오명이 있었던 것이다. 1990년 9월28일 경향신문이 ‘비자금’에 대한 탐사보도기사를 내놓을 때 대표적인 의혹으로 ‘아시아나항공 허가를 위한 정치자금 50억 헌납설’을 들었던 바 있다. 또한 1989년 국회 재무위 청문회에서 당시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이 “(내가) 정치자금을 바쳤으면 아시아나항공이 생겼겠느냐”고 진술, 인허가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로비를 하는 관행이 있었고, 또한 아시아나항공 설립과정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 바가 있다.

이렇게 각종 논란, 무리한 인수합병전에 따른 성장을 통해 자라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언제 한 번 일이 생겨도 생겼어야 자연스럽다는 일각의 평가가 결코 냉정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가을 ‘형제의 난’은 이런 그룹의 건강 이상이 수뇌부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번 워크아웃의 서곡이었다고 할 수 있다는 풀이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 이같은 과거와의 단절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 오히려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장기적으로는 ‘약’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010년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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