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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檢察=외국투자자 겁주는 劍' 안될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29 16:07:44
[프라임경제] 흔히 육법 위에 떼법이 있다고도 하고,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고도 한다. 각종 논란이 있을 때마다 결국 일반행정 과정이나 사정정국 국면에 각종 여론이 미주알고주알 개입을 하려 드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각종 사회 논란을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게 하는 데 국민정서만한 효자(?)가 없다. 이스트가 반죽 부풀리듯 논란의 소지가 있는(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공산이 큰) 사건을 법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약하는 기관이 기소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이다.

문제는 이렇게 들끓는 여론을 반영한 여러 대형 사건들 중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988년 올림픽 직후에 터졌던 이송 중 흉악범들의 버스 탈취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이 직무 유기를 적용한 바가 있다. 권총까지 들고 탈주한 흉악범들로 인해 여러 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마지막에는 인질대치극까지 벌어졌다. 이때문에 사건이 최종 진압된 후에도 책임 소재를 가리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때 호송대장과 호송 교도관들에게 직무유기 죄목이 적용됐다. 물론 계호 수칙(범인을 마주 보고 지키는 등 호송에 필요한 여러 조치)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 잘못은 나왔으나 유기의 적극성을 입증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 공방은 결국 '이 사건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이 몇인데'라는 논리를 업은 기소 주장쪽이 득세, 재판에 회부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심부터 무죄가 선고되고, 결국 무죄로 확정됐다.

1999년에는 외환보유고 관리 실패 등으로 인해 IMF 경제 위기가 오자 정원식 전 부총리 등을 직무유기로 법적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가 일각에서 피어오르기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과 달리, 이 사건은 6년만인 2004년 무죄로 확정됐다.

29일 론스타 헐값 매각 논란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을 둘러싼 공방은 이미 2006년 국민은행과 론스타간의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물건너가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한국은 믿을 수 없는 투자처, 외국 자본에 적대적인 곳이라는 불신만 심었다.

그렇다고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했다고 해서, 론스타에 의한 국부유출을 막은 것도 아니다. 2006년 협상 실패 이후에도, 론스타는 주주 배당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투자금의 80% 정도를 회수했다고들 이야기한다. 결국 이런 상황에 여러 여건으로 인해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은 2010년 부득불 은행M&A 대전을 치러야 한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주가는 경제 회복 추세로 다시 올라오고, 외환은행을 사겠다며 나설 매입 주체들도 많으며, 법적 공방전은 이제 매듭 단계다.

결국 이 사건의 법정 공방이 가져온 효과란, 외국계인 HSBC가 외환은행을 먹는 것을 사실상 포기하게 한 정도의 제한적 효과 외엔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외국 은행재벌에 외환은행을 넘기는 것을 막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까?

결국 이렇게 형사법적으로 문제를 삼기엔 여러 가지 모호한 상황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을 내모는 역효과를 볼 수도 있는 사안에 형사사건화를 어떻게 하느냐는 판단을 내리는 문제에서 우리 나라는 지나치게 강하고 때로는 국민 여론에 경도되는 듯한 자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나 외국인(기업)에게도 엄정한 것과, 공직사회에 복지부동 분위기를 은연 중 심는 역효과를 내거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겁을 주는 것은 다르다. 이번 론스타 사건은 이러한 고민을 검찰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남겼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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