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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국민은행'을 생각함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28 11:25:59

[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쳐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금융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민은행법'에 의해 설치된 것이 국민은행이고, 국민들의 주택 마련 자금을 융통하는 전문 창구로 특화된 은행이 주택은행이었다.

따라서 현재 KB국민은행의 두 뿌리는 모두 서민 관련 금융에 연원한다고 정리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랬던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합병되면서 대형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합병 이후에도 서민금융 업무는 계속 취급할 것이라는 해석과 기대가 분분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진다.

국민은행은 은행 이미지를 바꾸면서 화려하게 도약했다. 금융지주사인 KB금융 출범도 매듭지었고, 그 과정에서 PB센터 등 이전에는 손을 못 댔던 우량 고객층까지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KB은행은 그 과정에서 한국 금융 전반에 화려하게 자리매김했다. 총자산규모로 보나, 카자흐스탄 BCC은행 진출 등 해외 진출 노력으로 보나 다른 지주사 소속 은행들과 비견해도 밀리지 않는 '리딩뱅크'로 성장했다.

더욱이 지주사 황영기 회장이 부임하면서 MB맨 영입 논란이 불거졌고, 이런 실세 회장은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곳곳에서 마찰음을 빚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행내외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더욱이 강 행장 역시 황 회장 낙마 후 차기 지주 회장 자리를 노리면서 사외이사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등 의혹을 낳았다. 이렇게 전통과 역사에서 벗어나면서 여느 재벌기업과 유사한 '사내 정치'가 난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던 셈이다. 특히, 근래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지 말라는 공문이 하달됐다는 논란이 제기돼, 당초 뿌리를 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역사에서 너무도 멀리 떠나왔다는 탄식까지 낳았다.

이런 와중에, 국민은행 등 지주사 소속 기관들이 출연해 만든 KB미소금융재단의 대전 주사무소 개소 소식은 특히 눈길을 끈다.

이미 설립됐거나 이달 중 출범 예정인 11개 기업 및 은행의 미소금융재단 사무소 및 지점 중 10개가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또 정부가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해 설립한 미소금융중앙재단 역시 1호 지점도 서울 서초동에 자리를 잡았다.

기업들이나 은행들이 실적면에서나 홍보면에서 서울과 수도권이 유리하다고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와중에 KB미소금융만이 충청권인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특히 금융당국까지도 이런 KB를 외면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이 현대차미소금융 행사 등에 몸소 나타난 것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대전에서 열린 KB행사에 사무처장이 참석한 것을 홀대라고까지 평가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강정원 흔들기'에 착수했다는 일각의 해석과 맞물려 더 많은 뒷말을 낳고 있다.

물론 대전에서 미소금융 사업을 시작한 것이 '전적으로'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초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순수한 뜻이 아닐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과 결단을 내린 유일한 미소금융재단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전통을 물려받은 KB금융 산하 KB미소금융재단에서 이뤄졌음을 주목한다.

특히 이같은 미소금융 지방배치 외에도, KB국민은행이 24일 성탄 전야에 성금을 쾌척해 희망나눔 모금액이 1000억원 돌파를 달성했음도 따로 언급할 만 하다. 금년도 모금액이 1000억원을 밑돌 것이 기정사실화되던 상황에 이같은 KB국민은행의 성금 전달이 백기사 노릇을 했음은 의미가 작지 않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이 2010년 한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눈길을 모으는 것은 이때문이다. 리딩뱅크 위상을 포기하고 과거 '까치'를 심볼로 하여 서민금융을 전문으로 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뿌리를 잊고 사는 듯한 지난날과는 한결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런 고민만으로도 고객들의 애정 역시 한결 돈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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