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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폰 전쟁,하나지주의 '달 카드'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10 12:49:41

[프라임경제]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소련은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이끄는 양극 중 하나로 위세가 대단했다. 특히 미국 원자탄 기술을 훔쳐낸 로젠버그 사건 이후 소련 과학기술은 몇몇 분야에서는 미국을 압도하기도 했다. 특히나 소련 과학기술력 중 지금도 회자되는 것 중 하나로는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이 있다. 1957년, 소련은 작은 구 하나를 우주공간에 쏘아올려 신호를 지상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날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나중에 어느 미국 정치인은 "스푸트니크 뉴스를 보고 나서 올려다 본 그날 밤 하늘은 어쩐지 이전과는 달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뒤떨어진 우주 산업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기술력의 입증만으로는 부족했다. 이후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주고받은 미소간의 몇 가지 경쟁 뉴스로는 "밤하늘이 뭔가 달라보인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미국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없었다.

우주 부문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확실히 미국의 힘과 위상의 우위를 보여줄 역전 카드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 비용과 엄청난 노력을 투입키로 채택된 포인트가 바로 '인간의 달 착륙'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암스트롱이 미국 국기를 달 표면에 꽂으면서, 미국은 스푸트니크의 충격과 불안을 확실히 떨치고 수세적 상황에서 다시 공세적 위치로 국면전환을 했다.

근래에, 금융기관들이 아이폰에 눈길을 두고 있다. 말은 안 해도 관련 아이템과 연계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골몰하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고, 이미 몇 곳에서는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도 있다.

이런 참에 흥미로운 충돌 소식이 회자되고 있다. '아이폰 뱅킹'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아이폰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처음 치고 나간 기업은행의 움직임이 세간의 눈길을 끈 것이다. 기업은행은 빠르면 28일부터 관련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충격을 받은 곳은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하나아이앤에스 등 지주 내 자회사는 물론 신사업추진부 등 씽크탱크 부서들까지 직간접으로 관여시켜 관련 블루오션에 눈독을 들여왔다. 즉 하나금융지주는 아이폰에서 폰 기능만 없는 아이팟을 놓고 이미 금융상품과의 연계 이용을 준비해 왔다(본보 7월 1일자 관련기사 참조). 이렇게 이미 아이폰의 국내 도입이 지연되던 시기부터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인정받던 하나금융지주는, 결국 기업은행이 연말까지 시행 가능 등 초유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 역전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이같은 사정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하기는, 첫 발을 누가 먼저 쏘아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한 시장 안착과 고객점유율 확보가 본게임이라고 말하는 소비자들도 많은 것을 보면 하나금융지주의 반응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이같은 상황을 본격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지, 즉 '우주전쟁'에서 미국이 '달 착륙'이라는 카드로 상황을 역전매듭지었듯 하나금융지주가 확실한 한 방을 명중시킬지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는 서울은행, 충청은행 등 여러 M&A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한때 이같이 승승장구하던 하나금융지주는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을 얼마 전부터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행솨의 악연 역시 이번 아이폰 건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8년, 기업은행이 몇몇 지표에서 하나은행을 따라잡아 역전했다는 평가들이 여럿 나왔고, 이는 연임을 자신하던 김종열 전 행장이 낙마, 김정태 체제로 은행이 쇄신을 선언하는 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이나 우리은행 등을 노리며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M&A 대전을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하나은행이 기업은행과의 혈투에서 확실한 재역전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고, 지주 본사 역시 3등과 확실히 차이 나는 4등이라는 혹평마저 일부에서나마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 과연 하나금융지주가 기업은행 등 여러 경쟁자들과 치르는 아이폰 시장에서의 레이스에서 반환점을 먼저 돌 가능성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는 어렵고도 점치기 난감한 숙제라고 하는 게 정직할 것이다. 그저 불편한 기색으로 내막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강조해도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이켜 보건대, 미국은 일순간 뒤떨어진 소련과의 우주전쟁 역전을 위해 과학자들을 독려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외에도 초등학생 과학교육까지도 한꺼번에 일신우일신시켰다. 

   
   
 
총체적으로 마음가짐을 고치지 않으면 총력전 구호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국 정부는 알고 있었던 셈이다. 아이폰 관련 전쟁이 본격화된 이 참에 하나금융지주 역시 직원들 모두에게 관련 아이디어를 받는 등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고지 탈환을 자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하나금융지주는 김승유 회장이 고위간부들에게 아이팟, 스마트폰 등 첨단 기계를 지급·사용케 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참에 고위층말고도 일반직원들, 특히 '빠른창구' 직원들 같은 조직 곳곳에까지 아이폰을 지급하거나 싸게 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총력전 아이디어를 받아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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