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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금융의 일모도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2.09 07:29:22

[프라임경제] '일모도원(日暮途遠)'. 중국 역사서 '사기' 오자서편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시대에 오자서는 초의 평왕이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자,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로 도망가 초나라 침공을 부추긴다. 오나라 군대가 초나라로 쳐들어가지만 이미 평왕은 죽고 난 뒤라 오자서는 복수를 위해 평왕의 시신을 무덤에서 파내 채질찍을 했다.

이같은 행실의 무도함을 오자서의 친구가 지적하자, 오자서는 탄식하며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고 했고, 여기서 일모도원이라는 표현이 유래했다.

황영기 전 회장 은퇴 이후 공백이 생겼던 KB금융지주가 새 지주회장 후보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세우면서 빠르게 전열정비와 제 2의 도약을 준비 중에 있다.

강 후보는 현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의결까지 마치고 주주총회만 남기고 있어 순조롭게 KB호의 새 선장으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강 후보는 그간 황 전 회장에 비해 신중하고 안정적인 성격으로 주목받아 왔고, KB의 강점과 약점 모두를 잘 아는 인사로 내년도 M&A 대전에 적합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간 KB금융지주는 지주사 전환과 몸집 불리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아 왔다.

지주 전환 과정에서 다소 무리하게 자사주 매입을 추진해 BIS 비율 등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이후에는 은행에 지나치게 비중이 쏠려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증권사 인수 추진 등으로 업계에 풍파를 일으켰다.

대형증권사를 상대로 실효성 없는 염문설을 퍼뜨리고 있다는 비난의 대상이 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의 어설픈 마케팅으로 피해만 봤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지금까지 KB금융지주 인수설에 휘말린 대표적인 증권사만 해도 유진증권과 현대증권, 교보증권 등. 이번에는 푸르덴셜증권에 구애를 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매각의사가 없음은 물론 양측 간에 M&A를 위한 물밑작업 시도조차 없었는데 구설수에 휘말렸고,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KB금융지주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돈 바 있다.

현재 KB금융지주 주변에서 나오는 외환은행 인수설만 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번에 다 잡은 고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억울한 심경은 이해 못할 바 아니나, 마치 외환은행이 국민은행의 전유물인 것처럼 앞서나가는 태도를 보인다는 평을 살 정도로 과욕을 보인다면, 이는 인수전에 나서는 자의 상도의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인수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국면에서 당초 예상액보다 반토막이 난 것은 강 후보와 황 전 회장간의 힘겨루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결국 KB금융지주의 지난 한 해는 욕심을 내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을 다채롭게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도한 M&A 추진 과정에서의 잡음들은 결국 지난 IMF 시대 이후 꿰찬 '리딩뱅크'의 위상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매물들은 곧 사라질 것 같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모도원'의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리딩뱅크가 해가 져서 마음이 급한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야 위신이 설까? 앞으로 강 후보가 회장이 되어 이끌 KB금융지주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내년도 M&A 대전에서 증권사나 은행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 많은 시선이 쏠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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