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일회성 이익'에 대해 눈길이 갔다.
이른바 '잠실 전산센터 매각 수익부분'이다.
이는 원래 옛 상업은행이 전산센터로 갖고 있던 것이 옛 한일은행과 합쳐진 이후에도 전산센터로 쓰이다 결국 두 은행이 옛 한빛은행으로 합쳐지고 이후 우리은행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잠실 전산센터는 결국 상암동으로의 전산센터 기능 이전이 추진되면서 쓰임새를 다하게 됐고, 결국 주택 등 개발 이익이 높다는 지리적 특징점에서(잠실역과 성내역 사이라고 할 수 있음) 매각으로 새 주인을 찾게 됐다고 전산센터의 그간의 운명을 요약할 수 있다.
한때 이 지역에는 옛 상업은행과 옛 서울은행, 그리고 옛 제일은행의 전산센터가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산센터는 보안상 창문이 없는 특이한 몸체를 가지므로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하지만 옛 서울은행이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의 지도 하에 하나은행으로 성공적으로 합병되면서 옛 서울은행 전산센터는 가장 먼저 천덕꾸러기가 됐다. 그 후에 이르러, 제일은행의 경우는 SC제일은행으로 남게 돼 전산센터가 통합 문제로 사라지는 상황만큼은 피하는 듯 했다. 이번에 우리금융의 전산센터는 통합 여파는 피했으되 결국 새 둥지를 찾아 떠나는 사례가 됐다.
물론 옛 상업은행 시절부터 쓰이던 곳이니, 현재의 금융 환경에서는 다소 부족하고 낡은 시설이 됐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공간에는 옛 상업은행 시절부터 써서 낡은 대책 안 서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 또한 있다고 본 기자는 생각한다.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이 통합 과정에서 서로 통합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혹은 그 주도권의 상징성을 좀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치렀던 세 대결은 지금은 야사로만 남아 있다. 그런 과정에서 옛 상업은행 시절의 전산센터가 남아 있는 것 또한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문제는 이런 공간이 그저 땅값을 위해 팔려야 하냐는 데 있다. 아무리 우리금융이 어려운 사정을 딛고 재도약을 하려는 마당이라 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재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통합 과정에서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감은 다른 데서도 엿보인다.
현재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사옥 터는 옛 고택터다. 조선 중종조에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의 저택 터로, 상당히 많은 고굉지신들을 배출해 온 땅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옛 벨기에 영사관이 아담한 유럽식 양식으로 지어진 후일담이 있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옛 상업은행은 구 벨기에 영사관을 거쳐, 일제 시대에는 해군 헌병대, 광복 후에는 내무부로 소유주가 여럿 바뀐 이 의미있는 건물을 멀리 강남 남현동으로 뜯어내 옮겨 버리고 '상은 100주년을 기념하는 신사옥'의 터로 삼기로 한다(결국 옛 흔적을 잘 잊는 것은 우리금융만의 새 패턴이 아니라 옛 상업은행의 버릇이기도 하다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남현동으로 옮겨진 이 건물은 이후 잠시 사료관으로 쓰이다 결국 서울시에 무상 렌트되는 신세가 된다. 미술관 별관으로 서울시에서는 쓰고 있으니 건물로서는 행복하다 해야 할까, 하지만 우리금융 입장에서 보면 역사의 한 장을 스스로 거래처(서울시는 우리은행에 시금고를 맡기고 있음)에 무상으로 빌려주는 일을 하는 셈이다.
이런 몇 가지 점들은, 이야기의 배경과 사정은 많이 다르나, 옛 상업은행 명동점 건물이 한국은행 소유 회현동 주차장 땅과 교환된 사례와도 겹쳐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등 그 산하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역사 페이지, 페이지들을 너무 소홀하게 다루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실 전산센터 매각 수익의 3분기 실적 기여 문제로 인해 떠올랐다면 비약일까? 이런 문제들도 모두 금융의 한 흐름에서 봐야 '진정한 뱅커'라고 한다면 할 만은 없지만 말이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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