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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배치 싫으면 나가" 직원 징계해고 '유베이스'

사측 "정당성 있다"…업계 "아쉬운 대응"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3.06 14:03:35
[프라임경제] 국내 선두 컨택 아웃소싱 업체인 유베이스가 직원 징계해고와 관련해 2년째 내홍을 겪고 있다. 사측은 원칙적인 대응으로,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노조와 해고된 직원들은 해고 무효소송 등을 검토하며, 사측의 성의 없는 행태 비판에 나섰다. 

국내 선두 컨택 아웃소싱 업체인 유베이스가 직원 징계해고와 관련해 2년째 내홍을 겪고 있다 사측은 원칙적인 대응이며,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연합뉴스


해고된 직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 유베이스 수원 콜센터서 일하던 상담사 12명이다. 해고 사유는 사측의 인사명령 불응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유베이스는 2021년 11월29일 삼성전자서비스와의 위탁계약 일부(CMI부서, 해피콜)가 해지됐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후 12월 중 9차례의 노사협의회를 진행했지만, 12월 말 수원사업장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며 위로금과 전직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퇴사할 의향이 없고, 수원사업장 유지 노력을 더 해줄 것을 사측에 요청했다. 그러자 유베이스는 임시로 3개월 동안 부천에서 근무하는 전환배치(이하 전배)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직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인 직원들은 원거리 발령을 거부했다. 유베이스 수원지회 관계자는 "사측은 3개월 한시 전배 제안을 하면서도 통근시간 조정 불가·탄력근무·기숙사 등 주부 노동자에게 의미 없는 제안을 했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안'으로 제시한 바 없다"고 전했다.

이같은 이유로 교섭에 실패하자 유베이스는 징계위를 열고 인사명령 불응을 이유로 12명을 징계해고했다. 수원지회 관계자는 "수원사업장 운영에 있어 상담사의 잘못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징계해고라는 상황까지 만들어가며 수원사업장을 폐쇄하려는 사측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업계에 만연한 전배-구조조정을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상담사들이 계속 이런 상황에 처할 것이다. 조만간 해고무효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웃소싱 업계에서는 유베이스 측의 부족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도의적인 부분에서의 지적이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 ⓒ 연합뉴스


반면 유베이스 측은 원칙적인 대응이었고,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유베이스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위탁계약 해지라는 사업상의 필요가 생활상의 불이익(원거리 통근)보다 더 필요한 조치였음이 인정됐다"며 "회사는 여러 가지 제안 제시로 생활상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으나, 노조와 조합원은 '합의권'을 남용해 회사의 제시안을 모두 거부하고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회사는 원칙적으로 대응을 해왔고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도 노조와 단체교섭 등을 통해 대화 중"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유베이스 측의 부족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도의적인 부분에서의 지적이다. 아웃소싱 관계자들은 유베이스가 노동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늦장 대응인 감이 있었다"며 "업무 계약이 끝날 상황을 미리 알았을 거다. 그런데도 가사를 함께 책임져야 할 이들에게 하루 3~4시간이 걸리는 원거리 전환배치를 제안한 건, (상담사에게) 나가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슷한 경우여도 노사협의체 구성까지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수원에 남아있게 된 업무부서(B2B)와 함께 같은 건물에서 축소 이전해 일하면서 새로운 업무 유치와 사업장 유지 방안 마련에 더 노력하거나, '제안'이 아닌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다수의 여건(일가사 양립 출퇴근 시간 중요 타 업종 진입 어려움 콜센터 경력 불인정 등)을 충분히 계산했을 사측이 '퇴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제안만 했다는 게 성의가 없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유베이스 측은 "위탁업무 해지 통보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한편 유베이스는 2022년 한 해에만 부산 피닉스센터 서울 여의도센터 서울 을지로센터 서울 아고라센터를 신설하고 말레이시아 아시아 법인을 출범, 한일네트웍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확장에 나섰다. 공채상담사 채용 등 상담사 처우와 인식 개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베이스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성격상 2018년 인수 이후 재매각 조건을 유리하게 형성하기 위한 자산가치 키우기일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하지만 유베이스가 표방하는 '공채 상담사 채용'으로 대표되는 상담사 노동자의 사회적 인식 개선과 노동 조건 개선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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