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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일자리 빼앗는 불완전판매 지침…대책은?

카드개인정보유출사태보다 심각…업계 존폐 위기까지 감돌아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5.10.21 08:28:30

[프라임경제] "내가 국회에 다니는 사람인데, 난 이 상품에 가입한 기억이 없어. 근데 카드대금에 수수료가 빠져나가더라고. 이거 불완전판매 아냐? 녹취내용은 듣고 싶지 않고, 나한테 사기 쳤으니 100만원 보상해줘." - 불완전판매 민원 中

올해 초부터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DCDS(채무면제유예상품)와 같은 Fee-business(편의 제공 대가로 수수료 등을 받는 금융기관의 업무) 상품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감사는 마무리됐지만, 금감원의 무리한 규제로 상품 판매 중인 수많은 상담사가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전언이 나온다.

많은 언론 역시 불완전판매에 대한 피해 사례를 보도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일반 고객들의 인식 또한 부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Fee-business 상품 모두 금감원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상품인 만큼 모두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지나친 금감원 규제 탓에 적절한 영업을 할 수 없게 됐고, 급여의 상당 부분을 인센티브로 받아가는 상담사의 소득이 줄어 스스로 업무를 그만두는 상황이다. 매출이 줄어든 위탁업체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부득이 인원 감축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계획적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일명 '악성고객'이 전화판매의 특성을 악용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한다. 이로 인해 한 위탁업체는 올해 초부터 9월까지 800여명의 상담사를 잃어야 했고, 매출 또한 급감해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민원인 대부분 관련업계 종사자…일부 '보상' 노리기도

가장 많은 지침을 받는 DCDS의 상품은 신용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일정률의 수수료(채무잔액의 일정 비율)를 받고 회원에게 사망, 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채무를 면제해주거나 결제를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상품 수수료율은 0.14~0.59% 수준이며, 보장금액은 최대 5000만원으로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화판매의 특성상 빠르게 설명하는 상담사의 전화 상담을 통해 가입하게 되는데 일부 상담사들이 카드 채무를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하는 혜택만 강조하면서 수수료를 뗀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불완전 판매 발생 원인이 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이를 규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된 DCDS 관련 민원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15건에 불과했던 민원은 2014년에 184건으로 5년 만에 10배를 넘어섰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관련 민원이 99건에 달해 작년 민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업계 자료를 보면 카드사 콜센터 직원은 통상 100만~130만원의 기본급에 DCDS 계약 성사 시 건당 3만~4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본급이 낮고 인센티브 방식으로 급여가 정해지다 보니 상품을 무조건 많이 파는 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전화판매를 하고 있는 상담사들은 금감원 규제로 판매가 점점 어려워져 실적을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에서 지칭하는 '가입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고객'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건 없는 가입' 등 불완전판매로 규정하는 사실이 억울하다는 호소다.

DCDS업무의 경우 한 달 평균 1건 정도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안심쇼핑결제 상품의 경우 2년간 10건 미만의 민원이 발생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DCDS는 가입자가 지난달 기준 36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률을 따져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 발생률은 더욱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빠른 말투로 제한된 시간 안에 판매해야 하는 업의 특성상 100%로 완전판매를 하긴 힘든 구조지만, 모든 산업에 미뤄봐도 불량률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민원인에게 녹취를 들려주겠다고 해도 듣지 않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녹취를 들은 후에도 녹취를 조작했다는 말까지 하며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다"며 "이들은 인터넷에 올리겠다, 금감원과 신문고에 내용을 보내겠다며 보상을 요구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완전판매 원인은 고지형 질문?

민원이 나오면 금감원은 카드사에 제재를 가한다. 민원발생률이 누적되면 추후 신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카드사는 잔뜩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 제재를 받은 카드사들은 곧 위탁업체에 지침을 전달하는데, 그 지침이 상담을 진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통화 가능하시죠?"는 질문형으로 괜찮지만 "통화 부탁드립니다"는 고지형으로 고객에게 해서는 안 될 말로 분류된다. "가입 괜찮으시죠?"는 질문형으로 사용 가능하고 "가입 도와드리겠습니다"는 고지형으로 써서는 안 될 말이라고 한다.

상담사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부분은 스크립트 부분이다. 전환판매 특성상 고객과 수월한 의미전달을 위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필요하지만 금감원이 작성한 스크립트대로만 전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스크립트의 내용은 9분에서 9분30초 정도다.

한 상담사는 "스크립트는 업무에 대한 기본 매뉴얼일 뿐인데 스크립트대로만 하라는 것은 상품소개로 끝내라는 말로, 고객 질문에도 대답을 해야 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기 더해 "9분가량 일방적으로 스트립트를 들어줄 고객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감원의 지침은 아예 전화판매 자체를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고 분을 삭였다.

이어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려면 정확한 의미전달을 통해 이해를 도와야지, 불필요한 단어를 규제하면 안 된다"며 "금감원은 처음부터 불완전판매에 대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상품 판매를 승인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진 상담사들…대책마련 시급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민원인에게는 100% 환불을 해주며 이와는 별개로 보상까지 이뤄지고 있다. 보상 부분은 원청사인 카드사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카드사는 협력사의 도급비를 건당 10만원 차감한다.

불완전판매를 한 상담사에게도 건당 10만원씩 급여가 차감되는데 이는 상담사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다.

지난 카드 개인정보 유출 당시 수많은 상담사가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당시 이 문제는 고통 받는 상담사의 문제가 여러 차례 조명되면서 정부, 기업 차원의 상담사 보호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불완전판매의 상황은 다르다. 책임지는 금융사가 없는 것은 물론, 정부 역시 불완전판매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화마케팅을 기반으로 판매를 하는 아웃바운드 상담사의 실적이 줄고, 이에 따라 그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자연스럽게 인바운드 상담사의 업무와 일자리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판매가 활발해야 고객의 문의전화도 늘어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판매 위축으로 상품을 문의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 상담사는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때와 마찬가지로 금감원과 카드사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은 우리 상담사들"이라며 "아웃바운드 상담사의 실업은 도미노 현상처럼 인바운드 상담사의 실업으로 이어지는데 지금은 개인정보 유출 당시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여기 보태 "일부 민원발생에 대해 크게 확대해석해 산업전반에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전화판매라는 특수성을 인정해주길 바란다"며 "정책 전반을 개선해달라는 게 아니라 산업을 유지하면서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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