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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황영기, 같지만 다른 운명 눈길

首長 중징계 공통점에도 노조상황,잔여임기 등 다른점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14 11:49:44

[프라임경제] 황영기 KB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징계가 '직무정지 상당'으로 확정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구도가 지난 번 국민은행에서 일어난 행장 중징계와 여러 모로 비교되고 있다.

황 회장이 우리금융·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징계를 받은 가운데,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당시 분식회계 논란(회계기준 위반 혐의)으로 '문책적 경고'가 내려졌던 2004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사례가 여러 모로 비교되고 있는 것.

두 사람 모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앞세워 금융계의 기린아로 평가되어 왔고, 공격적 성향이 강했다. 당국과 불편한 마찰을 종종 빚는 강골 인사였던 점도 유사하다.

두 사람 모두 '주식 귀재 은행장'과 '삼성증권 사장 출신'으로 주식과 연관이 있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황 회장 자신도 모 인터뷰에서 김 전 행장의 공격적 경영 마인드에 대한 호감을 표한 적도 있을 만큼 두 사람의 연관성은 깊은데도 막상 이들을 둘러싼 징계 정국에서는 여러 모로 같은 점 못지 않게 다른 점도 드러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거취 표명' 場 됐던 이사회 vs. 조용히 넘어간 14일 이사회

국민은행이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었으나, 여기서는 일단 일부 언론이 점쳤던 바와는 달리 이사진의 황  회장 관련 사퇴 관련 압박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김 전 행장은 재심 불복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김 전 행장 때에는 황 회장과는 달리, 본인이 연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차이는 2004년 김 전 행장 당시에는 임기 연장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입장 표명이나 관련 문제 부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황 회장은 아직 임기가 남아 향후 취업 제한 문제와 지위가 바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분열됐던 조조 반응 vs. 노조, '퇴진 요구' 단호한 목소리

2004년 김 전 행장 당시에는 금융위원회가 징계를 확정(9월 10일) 전인 8월부터 노조가 들끓어 올랐다. 특히 당시 통합 문제의 뒷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소 성급하게 정제되지 않은 이견들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행장의 출신인 주택은행의 노조에서는(국민은행 노조 주택지부)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흔들기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표명(8월 26일)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 국민지부는 "사퇴하라"는 상반된 입장을 다음날인 27일 내놓는 등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조가 단일된 창구를 통해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14일 노조는 자진사퇴를 주문했다. 국민은행 노조로서는 지난 2008년 9월 황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될 때도 (파생상품 투자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어 당연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황영기 KB금융 회장>  
결국 은행 관련 업무를 하다가 문제가 된 김 전 행장과 이른바 'MB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미운털이 박힌 데다 이전 직장 문제를 안고 온 셈인 황 회장을 보는 노조의 시각이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전 행장은 노조 주택지부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으나, 황 회장은 내부에 지지 기반을 만드는 문제에서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징계확정 후 당국의 강도높은 비판은 공통점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징계 확정 후 당국의 '애프터 서비스'를 받는 점에선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황 회장에 대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휴일인 13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을 통해 "원래 더 수위를 높였어야 하지만(해임) 직무정지 상당으로 낮춘 것"이라고 말해, 황 회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만약 재심 신청이나 행정 소송 등 다툼이 지속되더라도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행장 때에도 징계 불복에 대한 논의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도 관계 당국에서 "마음대로 해 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내비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윤증현 전 위원장(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은행이 재심, 행정소송, 행정심판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할 테면 맘대로 해보라"고까지 말해 당시 주목을 받았다. 윤 전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감독 당국이 적당히 넘어가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중징계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해외 신인도 문제에서 득이 될 것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보기 드물었던 '주식귀재 은행장들', 마무리도 같을까 눈길 

이렇게 김 전 행장과 황 회장이 당국과 대척점에 선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같지만 다른 상황을 겪은 것은, 김 전 행장과 황 회장의 행보를 가를 수도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전 행장의 투자 마인드를 존경한다던 황 회장이지만 반드시 그의 명예로운 은퇴까지 따라할 생각이 없음이 일단 14일 이사회에서 나타난 만큼, 향후 황 회장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황 회장은 직무 수행을 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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