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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황'시대 임박? 2인자 강정원 행장에 눈길

박해춘사퇴 등 상황급변에 시선집중, 안정성 중시 유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11 16:29:16

[프라임경제] 강정원 KB국민은행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우리은행 근무 시절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인해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를 받으면서, 정관상 그룹 부회장인 강 행장이 회장직을 대행하게 될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물론, 황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할 뿐 남은 기간 직무 수행이 가능하지만 황 회장보다 가벼운 징계를 받은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삼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안정적 성향, 파생상품 눈길 안줘 황영기와 '대조'

강 행장은 안정적 성향으로 이름나 있다. 해외에서 학교를 마친 유학파 출신인 데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경력을 많이 쌓아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진=강정원 행장>  
공격 영업이 아닌 내실을 다지고 신중한 전략을 활용하면서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키워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KB국민은행은 KB금융의 절대적인 수익을 책임지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때 투자은행(IB)에 대한 논의가 많을 때 투자은행 모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고, KB국민은행 내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논의도 있었지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은행이 CDO 같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지에 본질적 의문이 없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강 행장이 CDO 등의 투자 요청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 KB금융 회장을 맡고 있는 황 회장(당시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파생상품 투자를 결정, 공적자금이 들어가 있는 우리은행의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현재 돌이킬 수 없는 흠이 난 상태다.

하나은행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투자에 눈독을 들였다가 큰 손실을 입고 실적이 적자전환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은행은 한정된 자기자본을 활용해 최적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정도 경영에 강 행장이 가장 충실한 행보를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황영기 회장과는 과거 직장에서도 경쟁, 결국 '안정형의 승리'?

사실 황 회장과의 대조는 현재 같은 금융지주 틀에서 일하는 것이나 파생상품 투자 경향 등으로 대비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공격형과 안정형을 대표하는 황 회장과 강 행장 두 사람은 전에도 라이벌 관계를 조성한 적이 있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 영국 BTC은행 한국지점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여러 모로 비교된 바 있었다. 이 첫 번째 대결에선 강 행장이 남고 황 회장이 삼성으로 이동했다. 강 행장의 입지가 굳어지면서 황 회장이 BTC를 떠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두번째 라운드는 KB금융 회장직을 둘러싼 경쟁. '강정원 회장 및 행장 겸임'으로 이야기되던 구도에서 갑자기 황영기 카드가 급부상, 결국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되는 상황이 됐다.

'황영기 지주 회장 - 강정원 행장' 체제의 앞날에 대해 성격 충돌을 이야기하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 두 사람의 스타일은 정반대라는 지적, 즉 영업 중심의 공격적인 성향의 황 회장과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강 행장 간에 의견 충돌 가능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이번에 황 회장이 중징계를 받아 연임이 어려워지고, 또 돌연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강 행장이 두 차례 모두에서 이겼다고 볼 수도 있다.

◆안정적 이미지, 하지만 은행원들 불만 사기도

하지만 포스트 황 회장 시대에도 강 행장의 완벽한 봄날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선 강 행장에게도 각종 논란이 없지 않았던 것이 눈에 띈다.

2007년에는 노조원들이 강 행장 연임 반대를 외치며 삭발을 하고 시위를 했을 정도. 다른 금융권과 달리 막강한 사외이사들도 지주제 도입 전에도 강 행장의 의중을 100% 따라준 것은 아니어서 완전히 강 행장 편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런 리더십 논란은 황 회장의 영향력이 이번 중징계 건으로 점차 엷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구성원들의 공공의 적으로 강 행장이 재부각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가능성을 남겨놓는다. 신한은행(이백순 행장)이나 우리은행(이종휘 행장)  같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경쟁업체 수장들과 비교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들어 강 행장은 간부들과 폭탄주 회식을 시도하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황 회장 시대의 2인자 경험을 살려 그가 장차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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