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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행정소송…불꽃튀는 황영기 2라운드?

징계 후에도 세종 내세워 지리한 공방전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04 15:04:53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황영기 KB금융 회장(전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2라운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제재위원회는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 ‘직무정지’ 중징계 제재를 결정했다.

그러나 금융계 내외에서도 찬반 시각이 크게 엇갈릴 정도로 이번 징계는 갑론을박 여지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당연히 황 회장측의 불복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황 회장의 대리인으로 변호사들이 3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에 참석, 제재위를 마라톤 회의로 만든 것은 황 회장이 파생상품 투자 정당성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황 회장의 태도로 볼 때 징계에 대해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좌측이 황영기 회장>  

 
◆제재 확정되면 ‘재심 청구’ 가능

황 회장측이 직무정지 상당이 아닌 문책경고로의 수위 조절을 희망했다는 설은 이미 꾸준히 흘러 나왔다. 사실상 불이익 면에서는 직무정지와 문책에 큰 차이는 없다. 해당 징계를 받은 후 금융기관에 다시 취업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 기간에 양자가 유사하다(직무정지 4년, 문책 3년). 하지만 문책경고와 직무정지는 큰 차이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간 우리 나라에서는 조흥은행의 양도성 예금증서 사고나 무역대금 사고 등 큰 사건에서도 은행장급의 거물이 직무정지까지 이른 적이 없었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연임실패로 몰아간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서도 문책경고로 끝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무정지를 받아들이는 경우 금융인으로서의 명성이 실추되는 정도의 차이는 문책경고의 그것과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선 황 회장 측은 아직 최종단계인 금융위원회 심의가 남아 있는 만큼(내달 9일), 좀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당분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문제 때문에 자존심이 강하고, 승부욕의 화신이라는 평가까지 받아온 황 회장으로서는 이미 물밑에서 재심 이후를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황 회장은 법무법인 세종의 송창현·이진호 두 변호사를 금감원 제재위에 출석시켜 ‘예비전’을 치렀다.

이때 비관료인 제재심의위원들이 많은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의 해석처럼 ‘내용 숙지가 안 되어 있어서’ 질의 응답에 시간할애를 많이 할애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거대한 손실 발생이라는 사실 관계는 명확하지만, 은행법상 경영 손실 책임으로 연결짓기 위해서 넘어야 할 논점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뜻. 황 회장측 변호사들과 질의응답을 주로 한 제재심의워원이 민간 출신의 김병재 변호사라는 점은 ‘법적’인 공방전으로 치달을 경우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고 복잡할 가능성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제재위 결정이 금융위에서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에 황 회장측이 생각할 수 있는 절차는 재심 청구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할 여지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금감원과 금융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될 황 회장(직무정지 상당의 처분을 받으면, 4년간 금융기관에 재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이 이를 문제삼아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행정 소송으로 가는 경우 지리한 공방전을 벌이게 되고, 2011년 KB 회장 임기 종료가 임박할 때까지 소송이 종료되지 않는 경우 가처분 등을 병행해 황 회장이  KB금융 회장직 연임 등을 시도할 수도 있다. 단순히 명예 회복 차원에서 행정 소송을 벌이는 경우라도 금융 당국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황 회장 피고로 한 소송 가능성은 ‘글쎄’

한편, 이번에 금감원 제재위 징계가 결정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징계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보는 징계 수위를 금감원 제재위 이후로 미룬 바 있어, 수위 조절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예보가 원고, 황 회장을 피고로 하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예보가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 문제에 있어서는 ‘대주주’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에 대해 민영화(지분 매각)를 해 자금을 회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현대투신증권 등의 부실책임과 관련해서 여러 건 소송을 추진한 바 있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돼 피인수되는 금융기관의 전 경영진에 대해 부실경영 책임을 묻던 사례와 이번 경우는 각도가 다르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예보가 황 회장의 행장 재임 시절 위험 투자를 견제할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는 지적도 있어 손해배상을 요구하기엔 부담이 크다. 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와중에 황 회장의 투자책임에 대해 면책이라도 이뤄지면 예보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여지가 크다.

마지막으로, 우리금융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모아 황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익소송 측면이 강하고 구심점이 마땅찮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별로 업다.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등 이용 사례가 많지 않다. 따라서 황 회장이 경영 책임을 추궁당하고 배상책임을 져 거리에 나앉을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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