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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중징계 기정사실화, 찬반 양론은 팽팽

당국 감독책임 전가설에 실패한 투자판단 징계 부적절 논란까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04 15:04:26

[프라임경제] '금융계의 검투사' 황영기 KB금융 회장(전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이 결국 금융당국의 중징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황 회장은 4일 금융감독원 제재위원회에서 중징계인 직무정지 상당 판단을 받으면서, KB회장 등극 1년만에 깊은 내상을 입고 거취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같은 황 회장의 징계 문제에는 그 높은 수위에 대한 충격 때문에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1조6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한 만큼, 책임자를 규명, 분명히 책임지워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영웅 만들기'를 싫어하는 사회 풍토와 문제가 있을 때마다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가 결합해 도에 지나치게 흘러 가고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은행에 걸맞지 않는 위험투자 vs. 소신경영 위축 악영향 우려

우리은행이 2006년 말 자산(신탁자산 제외) 규모에서 신한은행을 제칠 때 결정적으로 기여한 게 바로 CDO(부채담보부증권) 등 IB(투자은행) 자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이 IB 자산 불리기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바로 이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책임론의 배경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검토가 타당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감독당국의 시각을 시사하고 있다.

   
  <황영기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한 바 있어 KB금융 회장 부임 당시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진 좌측이 황영기 회장>  

우선 황 회장이 근무했던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15억8000만달러어치의 파생상품 투자가 집중됐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위험성이 높은 투자결정이 단기간 내에 대규모로 단행돼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2006년에는 이미 CDO의 담보자산에 대한 부도율이 높아지는 것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감지되고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점도 언급된다. 감사 등 내부 경고음이 투자과정에 대한 제동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황 회장의 이같은 투자 손실 논란은 이미 KB회장 영입 당시에도 거론된 바 있고, 이때는 황 회장이 부행장 전결 처리 주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1조원대의 투자에 대해 행장이 몰랐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결국 증권맨 출신(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 회장이 보수적인 상업은행의 자산운용 방식이 아닌 패턴으로 일을 벌였고, 이 판단이 시기적으로 파생상품이 가라앉기 시작한 변곡점(꼭지점)에 이뤄진 것이 돼 공적자금이 다량으로 투입돼 있는 우리은행에 손실을 끼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우리은행 손실이 황 회장 재임 이후 발생한 점에서 동정론이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더욱이,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일반적으로 '주의적 경고','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순으로 이뤄지는데 유례없이 강도높은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언급되는 점도 논란 대상이다. 도에 지나치다는 것이다.

◆소신경영에 사상 최악 징계? KB금융이 입을 악영향도 문제

직무정지 징계가 황 회장에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행장급으로서는 국내 금융감독 역사상 처음으로 꼽힌다.

현직 은행장급 인사가 문책경고를 받은 전례 역시 세 차례 정도. 2003년 1월 위성복 조흥은행 회장이 67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 사고 때문에, 2004년 9월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분식회계 논란으로, 2005년 11월 최동수 조흥은행장이 25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 위조발행 사고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따라서 투자 판단 문제가 이러한 징계 사유들보다 더욱 심각한 족쇄가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인들에게는 사기 저하라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금융계에서 소신 경영의 싹을 자르는 조치가 된다는 것.

더욱이, 직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사실상 거취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문책경고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위상이 흔들리게 돼 KB금융으로서는 포스트 황영기 시대를 급작스럽게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금융 위기가 끝나가면서 출구전략을 서서히 준비할 시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KB금융만 수장을 잃고 재도약에 지장을 받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당국의 감독 책임

당국의 감독 책임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이번 손실이 상당 부분 황 회장의 판단 잘못이라 해도, 대주주인 예보가 우리은행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다하지 못한 데다, 금감원 역시 황 회장 퇴임 후인 2007년 5월에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면서 이를 짚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예보나 금감원은 황 회장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홍대희 전 우리은행 부행장에게만 화살이 돌아갔다.

조용히 넘어갔던 문제가 결과론에 의해 부관참시된다는 것.

처지는 조금 다르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이 부각되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나 강경식 전 부총리가 외환위기 국면에서 환란 유발 책임으로 법정에 선 것과 황 회장 사건을 함께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정책적 판단에 대한 사후 징계(처벌)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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