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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남대문 신한지주-신한은행 본점> |
자본금 250억원, 본점 영업부 1개라는 크지 않은 규모로 출발한 신한은행은 그러나 최초의 민간자본 창립은행답게 고객 지향적 영업으로 은행 후발주자의 한계를 딛고 급성장을 이룩해왔다. 여기에 신한금기회가 닿을 때마다 적절한 영업 부문 확장 등 외형 확대에 힘을 기울여 왔다.
2001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금융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자 신한은행, 신한증권, e-신한(2005년 청산), 신한맥쿼리금융자문, 신한캐피탈을 가족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출범시켰고, 2002년에 BNP파리바와 제휴했다. 이후 신한카드를 창립하고, 2003년에는 100년 전통의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성공했다. 2007년 10월에는 신한카드에 LG카드를 합병시키는 등 M&A를 통해 금융종합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증권면에서는 신한증권과 인수기업인 굿모닝증권이 합병, 굿모닝신한증권으로 합쳐졌고 이 회사가 1일, 신한금융투자로 이름을 바꿔 재탄생하기도 했다.
6월말 현재 신한금융지주의 총자산은 314조원에 달한다.
◆27년 숙원사업 ‘일본 진출’ 해결
경영 다각화 체제가 일찍이 자리를 잡은 덕에 신한금융지주는 2008년 하반기 세계경제를 덮친 경제위기 속에서도 실적 면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전통적인 예대 업무 수익으로 성장을 주도하던 패턴이 무너진 2009년 상반기에도 신한금융지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올렸다. 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지주는 한금융지주는 금년 2분기중 4397억원, 상반기 중 55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2분기 중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분기대비 272.2%(3215억원), 전년동기 대비 -44.4%(3516억원) 증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비은행 부문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5694억원에 달한 점이다. 이는, 전체 지주 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67.1%를 기록함으로써, 아직 은행 주도로 경향이 남아있는 경쟁 지주회사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적 발표 직후 신한금융지주 측은 “향후 균형 잡힌 사업구조 속에서 개별 비은행 그룹사들의 이익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신한금융지주가 영역별 ‘크로스 오버’ 영업과 함께,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은행, 증권, 보험 간 진입 장벽이 무너지며 ‘크로스 오버’ 상품 개발 능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금융지주의 이점을 살려 복합상품을 개발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신한금융지주의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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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립 8주년 기념사에서 신상훈 사장은 시너지 영업을 강조했다.> |
실제로, 신한금융지주 신상훈 사장은 1일,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시장을 선도할 핵심 수단은 시너지”라고 하반기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하반기에는 시너지 대표상품을 개발해 그룹 공동마케팅을 강화하고, 교차고객을 늘리는 등 ‘시너지 영업’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그룹 시너지 대표상품이 개발되면 그룹사 임직원은 우리 강점을 극대화시켜 진정한 고객만족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금년은 또 신한금융지주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목표를 달성한 해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 산하 신한은행이 7월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된 해이기 때문.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최종 면허를 취득, 독립법인으로서는 미국 씨티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 금융시장에 진출한다. 교포들의 자본으로 은행을 설립한지 27년만에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화합 강조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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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금융은 라응찬-신상훈-이백순 등 세대별 간판주자 사이에 끈끈한 정이 이어지고 있다. 인화단결과 노하우의 전수가 원활히 이뤄지는 대표적 경영 케이스로 꼽힐 만 하다.> |
전반적으로 라응찬 회장 체제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실적에 대한 보상을 가미하고 일부 변화도 시도하는 등 ‘안정 속 번영’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사회 측이 그룹 내 임원의 장기적인 성과 평가를 유도하고, 상대적으로 선방해온 신한금융지주의 실적의 바탕에 이들 임원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은행부문 영업 역시 일단 실적 안착으로 대과 없이 첫 호흡을 맞췄다는 평가를 낳았다. 신한금융지주는 특히 인사에 많이 신경을 써 온 것으로 유명하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라응찬 회장을 정점으로 하여 화합을 강조하는 인사 방침을 유지해 온 것이 지난 8년간의 인사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신상훈-이백순 체제가 이번 실적 선방으로 대체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점은 두 사람이 신 사장이 행장 출신으로 은행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인 데다, 이백순 현 행장과 일본 근무를 함께 한 인연이 있는 등 이미 적응기간을 가진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행장은 라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신한금융지주가 지주 출범으로부터 따져도 10년이 가까운 상황에 여전히 순혈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 앞으로의 변혁 과정이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라응찬 회장과의 불화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이는 향후 신한금융지주 성장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작업에서 라 회장과 불화설을 빚은 고위임원을 강판시킨 적이 있다. 당시 ‘최영휘 면직, 이인호 등판’이라는 초강수를 단행, 최영휘 전 사장 대신 온건한 이인호 전 사장이 등장했던 바 있는 것. 또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직계 라인’으로 굳어지는 점은 포스트 라응찬 시대를 준비하는 데에는 다양한 DNA를 확보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M&A 피로감’과 ‘리스크 관리’ 관건
이렇게 지난 8년을 요약하면, 신한금융지주는 저돌적인 확장과 탄탄한 기반 마련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에서 독보적 존재로 우뚝 섰다고 할 수 있다. 이 저변에는 소비자 중심 영업과 화합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가 큰 득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금융지주는 녹색 금융, 시너지 극대화를 화두로 영업을 펼칠 전망이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 앞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신한금융지주로서는 M&A 피로감, 경제위기로 인한 부실채권 문제 등으로 리스크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신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1일,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사장은 “국내 최고의 리스크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왔던 우리의 프리미엄이 상당히 약화됐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것은 은행들의 공통된 과제지만, 신한은행은 6월말 기준으로 부실채권비율이 1.59%로 기준선 1%를 충족하는데 6000억원 규모의 감축이 필요해 부담이 없지 않다. 신한은행은 19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9월 초까지 매각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체력 약화 가능성도 있는 것.
더욱이 BIS 자기자본비율이나 TIER1 지표가 아닌 다른 잣대로 내실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우려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가장 보수적인 평가 기준으로 알려진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5.6으로, KB국민은행(6.5)은 물론 하나은행(6.0)에 비해서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5.2에 해당하지만 우리금융은 정부 공적자금이 누차 투입되는 등으로 규모에 비해 단순비교가 어렵다는 평가다. 금년 2분기 말 기준으로 봐도, KB국민은행이 6.73으로 오르는 동안 신한은행은 5.91로 오르는 데 그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신한금융지주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경제위기 해결을 해야 하는 새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시스템이 무사히 첫 해를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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