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법으로 여야가 충돌한 이후 이미지 쇄신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등으로 여당인 한나라당이 서민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6월 임시국회 이후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민생관련 법안 강화, 정책 발표 이어져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수세계박람회 준비 현장과 서울 아현재래시장, 서울 문정동 비닐하우스촌을 방문하는 등 민생 현장을 누비고 있다.
또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신용도가 낮은 서민에게 최대 7조5000억 원 규모의 생활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민신용보증기금' 설립을 담은 입법안을 추진한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서민신보기금을 통해 단계적으로 5000억 원을 확보할 경우 운용배수 15배를 감안해 모두 7조50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며 이 돈으로 신용이 낮은 서민 150만 명에게 각각 500만 원의 생활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각종 법안 개정을 통해 등록금 후불제 도입(고등교육법), 연체 이자의 상한선 제한(이자제한법), 벤처기업에 대한 공장 설립 절차 간소화(벤처기업육성법)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서민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지지율 상승 효과, 9월 정기국회 충돌 때문에 안심은 일러
이같은 서민들과의 스킨십 확대는 실제로 효과가 없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은 소폭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28.1%로 민주당(23.9%)과의 격차를 벌렸다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실시된 복수 기관의 여론 조사결과에 비해 5% 가량 오른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 정도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부의 핵심 추진 사항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당내 움직임이 강한 편이지만, 예산을 많이 소모하는 4대강 사업을 비판하지 않고서는 복지 예산 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7일 열린 예산편성 관련 당정회의에서도 토론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4대강 사업을 언급했다. 이철우 의원은 "4대강 때문에 복지예산이 줄어선 안 된다"고 정부를 겨냥했고, 황영철 의원은 "4대강 예산 때문에 서민·민생을 위한 주요 사업의 예산이 삭감되면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서민 정책 추진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다.
김성태 의원은 최근 "작년부터 무리한 감세정책으로 세수부족이 나타나는 만큼 내년에 예정된 법인세·소득세 등 2차 감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가 집착했던 감세 정책이 결국 부자 감세가 아니었으냐는 바넝과 함께, 세수가 너무 줄어 서민 정책을 내놔도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도 높아진 방증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대기업들이 2000% 넘는 이익유보율을 유지한 채 투자에 나서지 않는데도 세제 혜택을 줘야 하느냐"고도 주장, 감세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4대강과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한나라당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야당, 특히 민주당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으로도 읽힌다. 그간 민주당 등이 4대강이나 감세 문제에 대해 비판을 펴 왔으나 정기 국회를 앞두고 이런 의제가 야당에 독점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부자 감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2008년 세제개편으로 2012년까지 발생하는 감세규모가 정부 추계에 비해 2.7배에 달하는 90조원이라는 주장을 내놓는 등(25일 보고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여러 경로로 제기되고 있다.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바에는 아예 한나라당도 이에 대한 고민과 문제 제기를 먼저 시작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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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서민 정책 행보로 정치력을 강화하고 있지만,민주당이 '서거 정국' 기류를 활용,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경우 9월 국회도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사진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애도 현수막이 내걸린 국회의사당> |
하지만 이런 서민 정책 행보만으로 지난 미디어법 정국과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 논란으로 난 상처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고인이 되면서, '서거 정국'으로 정국 키워드가 변화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전인 7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의 호응도 받지 못하는 민주당은 거리 투쟁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론을 호도하며 정부와 국민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상 한나라당이 거의 상시적으로 '거리의 정치'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상황이 겹쳤고, 민주당 일각에서 '유훈 정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어 정당별 지지율이 다시 요동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기조가 9월 정기 국회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나라당의 서민 정책이 실제로 정국 주도권 장악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9월 국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개회까지 내놓을 정책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정부가 그간 여당인 한나라당을 국정에서 주요 파트너로 인정해 오지 않았다는 풀이가 유력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서민 정책 행보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을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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