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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황영기 방정식' 어떻게 풀까

소송설 부각되나 부담도 커…'MB측근타이틀' 오히려 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8.20 17:10:45
[프라임경제]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 대상으로 지목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회장·우리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해 우리은행에 세계 금융위기 당시 큰 손실을 입혔다는 책임론에 휘말려 있다. 당국에서는 이후 행장들이 '손절매(적절한 시점에서 팔아 손실범위를 줄이는 일)'를 하지 못한 책임보다 애초에 위험 상품에 투자한 것에 책임 비중을 더 둬 결국 황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통보한 대로 '직무정지 상당'이 제재심의원회와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지도 논란거리지만, 한편으로 이 징계 내용이 확정될 경우에도 2라운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로 황 회장이 받는 취임 제한 불이익의 기간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우리은행 투자손실 문제가 새삼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우리은행 본사).>   
◆운명의 갈림길, '2010년' 혹은 '2013년'?

황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의 확정징계를 받게 되면 금융회사 임원으로서의 재취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평판 문제로 인해, 금융인으로서의 경력을 사실상 끝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것. 더욱이 제재 기한 때문에, KB금융 회장직 연임은 언감생심이 돼 버린다는 문제가 불거진다. 

하지만 황 회장의 취업 금지 기간이 2010년이면 끝난다는 해석론도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당국의 징계 논의가 현직인 우리은행장을 떠난 사람에게 뒤늦게 부과되는 게 맞냐는 논란 못지 않게 시점을 '일단 직을 떠난 날'부터 기산하느냐, 혹은 '징계일'부터로 잡느냐는 새 논란거리를 안은 복잡한 문제다.

현재 오는 2011년 9월 KB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마치고 나면 연임이 불가능하고, 다른 금융회사의 취업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업무집행정지 종료일로부터 4년'이라는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제 4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의 4항 3호에는 '…제재를 받기 이전에 사임·사직한 자로서 사임·사직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해당되면 금융지주사 임원이 될 수 없다'는 표현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 임원을 그만 둔 날부터 기산점이 된다.

전자에 따르면, 2013년 무렵에나 재취업이 가능하고, 후자의 규정을 적용하면 2010년이면 징계 후폭풍이 끝난다.

황 회장이 현직을 고수한다고 가정할 때 임기가 끝나는 2011년 9월에 연임을 시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이 날카롭게 대립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징계 확정 수위 따른 황 회장 반발 가능성 존재 

이에 따라, 황 회장으로서는 만약 징계가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그 수위가 적절한가의 문제와 함께, 취임 금지 기간의 기산점 논란을 모두 문제삼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회장의 연임 문제와 지위에 관련한 사항이기 때문에, 황 회장 본인이 자연인 자격으로 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물론 KB금융이 함께 당사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모양 때문에라도 황 회장이 혼자 나서기 보다는 대리전을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황 회장은 문제가 생길 때 주변인을 '방패'로 적절히 활용해 왔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 계좌를 개설해 줬다는 문제로 삼성비자금 특검에 의해 출국 금지가 됐던 바 있다. 그러나 황 회장은 2008년 2월 박해춘 당시 우리은행장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하겠다며 특검으로부터 출금 해제를 이끌어 냈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놓고 두 거물이 동행 출장에 굳이 나섰다는 점에서 뒷말과 함께, 황 회장이 세간에 무혐의 가능성을 과시하기 위해서 미리 절묘한 수를 뒀다는 해석론이 함께 나왔다.

◆KB금융, 소송으로 분주해질 가능성도

하지만 여기에는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황 회장을 위해 KB금융이 '소송 불사'를 외치며 당국과 맞서는 모양새를 취하려 들지가 관건이다.

   
  <사진 좌측이 황영기 KB금융 회장>  

가장 가깝게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징계 전례를 비교 사례로 들 만 하다. 그간 당국이 내린 가장 무거운 제재 중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던 2004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문책적 경고' 결정은 '분식회계' 혐의로 비롯됐다.  '문책적 경고'를 받고 연임에 실패했다. 국민카드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를 덜 내려 했던 것에서 문제가 됐던 사안이다.

이때 징계 추진에 반발한 김 전 행장은 당국과 대립각을 세울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소송도 불가피하다'는 강경론이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됐던 바가 있다.

하지만, 김 전 행장과 황 회장의 사안을 같이 검토하기에는 다른 부분이 없지 않다.

우선 김 전 행장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일어난 사례이나 황 회장의 경우 '밖에서 벌어진 일'을 끌고 들어온 경우라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KB금융 내부 기반 취약은 문제…KB가 당국과의 마찰 피할 수도

물론 당시 김 전 행장이 국민은행 내에서 누리던 지위와 현재 KB금융과 황 회장의 사정도 묘하게 견제를 받는다는 대상이라는 점에선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어려운 대목만 유사한 셈.

김 전 행장은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한 국민은행 첫 통합행장이었지만, 주택은행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노조 통합 전이던 김 전 행장 징계 문제에서, 당시 정부(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가 '김정태 죽이기'를 하려 하느냐며 성명 발표 등  거센 반발을 한 것은 그의 고향격인 주택은행 노조였다.

   
  <사진=일을 하다 문제가 된 김정태 전 행장 사례에서도 출신계열별로 온도차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낙하산 논란'을 빚으면서 들어온 황 회장이 '안고 들어온 문제'에 KB식구들이 강력한 우군이 되어줄지는 미지수다.>  
물론 통합주체들 모두 이같이 억울한(?) 징계를 맞는 것은 국민은행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려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등의 논리로 인해 김 전 행장을 뒷받침했지만, 결국 숙고 끝에 김 전 행장이 연임 포기로 가닥을 잡자 이후 문제도 급격히 사그라든 것이다. 굳이 당국과 맞서는 길을 택할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 된 것.

황 회장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KB 내에 지분이 더 없는 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홀연히 나타나 강정원 현 국민은행장의 지주회장 등극을 막은 황 회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다져온 입지나 우리금융 회장을 거친 점 등 이력은 화려하지만, 결국 국민은행 등과는 깊은 인연은 없는 편이다. 더욱이 강 행장이 이끄는 KB국민은행은 KB금융의 가장 핵심이 되는 구조를 갖고 있고 이번에도 증자폭이 황 회장의 의중대로 되지 않고 상당 부분 줄어드는 등으로 황-강 관계가 완전한 상명하복 관계라기 보다는 대등협력에 오히려 가까운 것으로도 비친다.

더욱이 황 회장이 MB 측근으로 꼽혀온 점이 그간 상당한 후광으로도 작용했는데, 이번에 금융위와 금감원 등 당국과 소송을 불사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그의 위상도 상당히 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김 전 행장이 '금융당국(노무현 정부)으로부터 구박받는 소신파 인사 김정태'라는 이미지상 메리트를 누리면서 끝내 징계 반발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볼지를 저울질한 것과 회장직 등장 당시부터 'MB 낙하산' 논란을 빚었던 황 회장의 입장은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황 회장과 가까운 쪽에서는 기산점 논란이나 소송 가능성라는 각종 설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이를 법정으로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결국 황 회장의 필살기로 법정 투쟁을 꼽는 데에는 상당한 무리가 뒤따르며, 결국 '재제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논리는 모두 펼쳐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프리젠테이션에 강하다고 알려진 그가 시쳇말로 얼마나 '엣지있게' 제재위를 처리할지, 내달 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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